[기자수첩]
모험자본의 글로벌화 '일거양득'
모태펀드, 1조원 규모 글로벌펀드 개시…우수한 운용성과·해외 네트워크 구축
이 기사는 2024년 05월 08일 08시 2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서재원 기자] 최근 한국벤처투자(모태펀드)가 역대 최대 규모 글로벌펀드 조성에 돌입했다. 총 1500억원을 출자해 1조원 규모의 자펀드를 결성하는 게 골자다. 지난 2일 발표된 접수현황을 보면 일반 분야, 해외·국내 공동운용(Co-Gp) 분야 등 2개 부문에 총 80개 벤처캐피탈(VC)이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해 해당 펀드에 지원한 VC가 45개였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새 지원자가 2배 가까이 늘었다.


글로벌펀드는 해외 VC 외자유치펀드를 활용해 해외 VC들이 조성하는 역외펀드에 출자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출자를 받은 VC는 한국 기업에 일정부문을 의무적으로 투자해야 하며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현지 네트워크를 통해 한국 기업을 지원할 수도 있다. 궁극적으로 해외 VC를 활용해 한국 기업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도록 돕는 게 목표다.


올해 펀드 규모가 확대된 배경에는 새롭게 중소벤처기업부의 수장에 오른 오영주 장관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오 장관은 1998년 외부고시 합격 후 외교부 개발협력국장, 주유엔 차석대사 등을 역임해 온 '외교통'이다. 지난 2월 진행한 VC 간담회에서 오 장관은 외교 분야에서 쌓은 다년간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중소·벤처 기업의 글로벌화를 이끌겠다고 약속했다. 글로벌펀드의 출자 규모 확대도 약속 실천의 하나로 풀이된다.


물론 오 장관이 중기부 업무에 대한 경험이 없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우려는 아직도 존재한다. 다만 이러한 비판은 차치하더라도 글로벌펀드의 규모를 확대한 일은 환영할 만하다. 우선 글로벌펀드의 투자 규모와 운용 성과 자체가 좋다. 2013년부터 조성하기 시작한 글로벌펀드는 모태펀드가 6705억원을 출자해 총 63개 펀드를 결성했으며 규모 역시 10조3441억원에 달한다(작년 말 기준). 현재까지 571개 국내 벤처스타트업에 1조9600억원 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까지 청산한 자펀드는 없지만 평균 내부수익률(IRR)도 20%를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2014년 480만달러(약 60억원)를 출자 받아 6000만달러(약 800억원) 규모 자펀드(알토스 코리아 오퍼튜니티 펀드)를 조성한 알토스벤처스가 대표적이다. 해당 펀드를 활용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등에 초기 투자해 대박을 터뜨렸다. 이 과정에서 토종 스타트업들을 유니콘으로 길러내는 정책적 성과도 달성했다.


올해 출자사업에서 Co-Gp 분야가 신설된 점도 반가운 부분이다. 해당 분야에 지원한 국내 VC는 ▲한국투자금융지주(KIP) ▲어센트캐피탈 ▲제피러스랩 ▲미래에셋벤처투자 ▲L&S벤처캐피탈 등 9곳이다. 벤처투자는 기본적으로 지역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사업이다. 해외 VC가 국내에 지사가 없다면 국내 벤처기업에 투자하기 어렵다. 글로벌펀드로 국내외 VC 간 네트워크가 강화된다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다. 


반대로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국내 VC가 투자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도울 수도 있다. 실제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의 경우 포트폴리오사가 현지 VC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거나 기업 간 네트워크를 확대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채널코퍼레이션, 올거나이즈, 체커 등 국내 소프트웨어형서비스(Saas) 기업들이 에이티넘의 지원을 받아 일본 시장에 진출했다. 에이티넘 역시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전 현지 VC에 출자하는 방식으로 네트워크를 형성을 우선했다.


혹자는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모태펀드가 굳이 해외 VC에 출자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수출 기반의 국내 산업구조를 고려할 때 벤처스타트업들은 궁극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입해야만 한다. 글로벌펀드는 이 과정에서 해외 VC의 투자를 유치하고 이들의 네트워크를 활요할 수 있도록 마중물 역할을 한다. '해외 자금 유치', '국내 기업 해외 진출', '해외 네트워크 강화'라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가져오는 글로벌펀드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길 바래본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기사
기자수첩 840건의 기사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