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강동원 기자] 비플라이소프트가 기업공개(IPO) 일정을 연기했다. 최근 급격히 위축된 IPO 시장 분위기를 감안해 적절한 시점을 노리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하지만 연기한 일정이 IPO 기대주로 꼽히는 범한퓨얼셀과 겹치는 점은 공모 흥행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비플라이소프트는 오는 24~25일 예정이었던 기관 수요예측 일정을 다음 달 2~3일로 연기했다. 일반 공모청약 일정도 30~31일에서 다음 달 9~10일로 미뤘다. 비플라이소프트가 지난 4일 20억원 규모 손해배상 청구 소송 내용을 반영하기 위해 정정신고서를 제출한 뒤 두 번째 연기다.

공모구조는 기존과 같다. 비플라이소프트의 총 공모 주식수는 100만주, 공모가 희망밴드는 1만6500~1만9000원이다. 공모금액은 165억~195억원,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1055억~1215억원이다. 대표 주관사는 IBK투자증권으로 지난 2016년 11월 코넥스에 입성한 뒤 이전상장을 노리고 있다.

업계는 비플라이소프트가 공모 흥행을 위해 전략적인 결정을 내린 것으로 해석한다. 최근 IPO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며 상장을 철회·연기하는 기업이 증가해서다. 이번 달 공모일정에 돌입한 SK쉴더스·원스토어·태림페이퍼는 기관 수요예측에서 부진하며 상장을 철회했다. 쓰리디팩토리·트레져헌터는 상장예비심사 청구를 철회했다.

하지만 비플라이소프트의 공모일정 연기가 IPO 흥행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IPO 기대주로 꼽히는 범한퓨얼셀과 공모일정이 겹치기 때문이다. 범한퓨얼셀은 유망 업종으로 평가받는 수소연료전지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또, 꾸준히 흑자를 기록하고 있어 공모 흥행 가능성이 크게 점쳐진다.

지난 1~2월 증시 입성에 도전한 노을·브이씨·나래나노텍은 각각 비씨엔씨·풍원정밀·아셈스 등 기대주로 꼽힌 기업들과 공모일정이 겹치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최근 IPO 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된 만큼, 유망 기업에 투자 심리가 몰릴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공모가·성장성 등 비플라이소프트에 대한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플라이소프트는 코넥스에서 1만~1만2000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미 적정 주가가 형성된 만큼, 높은 기업가치를 평가받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앞서 애드바이오텍·인카금융서비스 등 이전상장에 나선 기업들도 코넥스 거래가보다 높은 공모가에 도전했으나 공모 흥행에 실패했다.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이슈도 부각된다. 비플라이소프트의 상장 직후 유통 가능한 주식 수는 395만6196주로 상장 예정 주식 수(639만5145주)의 61.86%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상장 예정 주식 수의 20~30%가 유통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상장 직후 주가 하락을 우려해 투자 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평가다.

실적에 대한 우려도 있다. 비플라이소프트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70억원, 영업손실 9억원4000만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대비(149억원) 14% 증가했으며 영업손실은 12억원에서 적자 폭이 줄었다. 비플라이소프트는 최근 4년(2018~2021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영업손실 역시 4억4000만원이다.

IB업계 관계자는 "IPO 공모일정이 겹치는 경우 유망 업종에 투자 심리가 몰릴 수밖에 없다"며 "비플라이소프트가 공모 흥행을 기대하기보다 안정적으로 증시 입성에 도전하는 게 적합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1998년 설립된 비플라이소프트는 뉴스 저작권 유통,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 미디어 빅데이터 분석 등의 서비스를 하고 있다. 주요 사업은 미디어 빅데이터 모니터링 플랫폼인 '아이서퍼'와 미디어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위고몬', 개인 맞춤형 미디어 오픈 플랫폼 '로제우스'로 모두 구독형 서비스 모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