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문지민 기자] 2차전지 장비제조 업체이자 코스닥 상장사인 씨아이에스가 경영권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매각가격'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증시 침체' 및 '하반기 예상 실적' 등을 거론하며 주가가 저평가 됐다는데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적정 매각가는 3000억~3500억원 수준에서 형성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BI인베스트먼트와 ST리더스프라이빗에쿼티(PE)는 최근 KB증권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씨아이에스 보유지분 및 경영권 매각을 추진 중이다. 복수의 원매자들과 태핑(수요조사)을 진행 중이지만 아직 매각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SBI인베스트먼트는 지난 2020년 7월 블라인드펀드(SBI신성장지원PEF)를 통해 인수 계약금 200억원 지급한 뒤, 같은 해 9월 ST리더스PE와 프로젝트펀드(SBI-STL에너지혁신PEF)를 조성해 씨아이에스의 구주 및 전환사채(CB)를 630억원에 인수했다. 경영권을 획득하면서 회사의 실적 및 기업가치 상승에 집중해 왔다. 

현재 두 운용사 지분(22.88%)과 김수하 대표 등이 보유한 매각지분은 약 26%로 알려졌다. 9일 종가 기준 씨아이에스 시가총액은 8171억원으로, 단순 지분가치만 놓고 보면 약 2100억원 정도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을 것으로 예상돼 매각 가격은 3000억원 가량 될 것으로 관측된다.

다수의 증권 전문가들은 최근 글로벌 증시 침체 등 대외요인으로 인해 국내 상장기업 또한 주가가 많이 빠졌다고 분석하며, 씨아이에스 기업가치만 놓고 보면 충분히 업사이드(가치상승)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현재(9일 종가) 씨아이에스 주가는 1만3300원 수준이다. 지난 1월 1만8000원대를 유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점 대비 30% 가까이 하락한 수치다. 

최보영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씨아이에스는 최근 주가가 떨어지는 구간이다 보니 시총이 많이 줄어들었다"며 "현재 주가는 저평가 됐으며 더 높은 가격대에 거래될 수 있는 회사"라고 말했다.

하반기에 예정된 매출도 많아 기업실적은 상승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있다. SK증권은 씨아이에스의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수주잔고를 3171억원으로 평가했다. 이는 2년에 걸쳐 매출로 잡게 되는 물량이다. 김성환 부국증권 연구원은 "유럽과 북미 등 해외 주요 업체로 안정적인 신규 수주를 확보 중"이라며 "특히 유럽 최대 배터리 업체인 노스볼트향 수주가 의미 있게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요 고객사인 LG에너지솔루션의 투자 확대에 따른 수혜도 예상된다는 점도 저평가 주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박찬솔 SK증권 연구원은 "LG엔솔이 향후 4년간 생산능력(CAPA) 증설을 위해 장비 투자를 본격화할 전망"이라며 "이에 따라 씨아이에스의 수주액은 최대 1조2000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BI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투자 당시 대비 씨아이에스 수주잔고는 2배 이상 증가했다"며 "펀드 만기는 아직 남았지만 좋은 원매자가 나타날 경우 매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외적으로는 지분을 매각하기 좋지 않은 시기일 수는 있지만, 매수자 입장에서도 업사이드를 보고 투자를 할 수 있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조건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