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KODEX 원유선물 WTI ETF'(이하 KODEX 원유 ETF)를 둘러싼 삼성자산운용과 투자자들의 갈등이 장기화 국면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KODEX 원유 ETF의 투자자들이 삼성자산운용의 롤오버(선물 만기 연장)로 손실을 봤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이 피고인 삼성운용의 손을 들어준 가운데 투자자 일부가 항소했다.

22일 삼성자산운용에 따르면 KODEX 원유 ETF 운용과 관련해 투자자 일부가 지난 8일 서울고등법원에 항소를 제기했다. 지난달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이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 원고 청구 기각 판결을 내리자 이에 불복하며 '2차전'에 나선 것이다. 이번 항소에는 ㈜컴OO OOOO이외에 42명의 투자자가 참여했다. 앞서 1심에서는 208명의 투자자들이 손해액 일부인 27억원을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KODEX 원유 ETF를 둘러싼 삼성자산운용과 투자자들의 갈등은 지난해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월 22일, 삼성자산운용이 KODEX 원유 ETF에 담았던 WTI(서부텍사스원유) 선물의 월물 비중을 조정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0달러 선에 거래 되던 6월물 WTI의 배럴당 가격이 10달러 이하로 떨어질 기미가 보이자 삼성자산운용은 PDF(자산구성내역)를 변경했다. 주력 자산인 6월물 WTI 선물 비중을 73%에서 34%로 낮추고, 차월물인 7월물(19%), 8월물(19%), 9월물(9%)로 분산시켰다.

삼성자산운용의 6월물 매도로 인해 손실을 입었다는 것이 투자자 측의 주장이다. 삼성자산운용의 우려와 다르게 롤오버 하루 만에 6월물 가격이 회복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롤오버 이틀 전인 20일만 해도 주당 6340원이던 KODEX 원유 ETF 가격은 한동안 3000원 후반~ 4000원 초반의 박스권에 갇혔다.

특히 투자자들은 삼성자산운용의 롤오버가 사전 고지 없이 이뤄진 부분을 문제 삼았다. 투자설명서에 명시된 롤오버 기간(5~9영업일)이 아닌 시기에 원월물을 편입시켰음에도 이를 추후 공시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6월물 가격이 하락하고 있을 때가 아닌, 이미 많이 떨어진 시점에 롤오버를 해 비용 부담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자산운용은 당시 롤오버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로 법적으로 문제 될 게 없다고 맞섰다. 사전 고지를 할 경우 선행 매매가 발생해 선물 가격이 추가 하락하고, 이는 펀드에 큰 손실을 야기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투자설명서에는 시장 상황에 따라 운용 방식이 변경될 수 있다고 안내 돼 있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양측이 팽팽히 맞서게 되면서 투자자 208명은 법무대리인(법무법인 정한)을 선임해 지난해 6월 서울중앙지법에 삼성자산운용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년 5개 월여 만에 나온 1심 판결에서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중 일부가 항소에 나서면서 KODEX 원유 ETF를 둘러싼 공방은 장기전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법무법인 정한의 장인성 변호사는 "원심에서 ETF의 자체 특성을 무시한 판결이 내려졌다"며 "2심에서는 투자자들이 손실을 보게 된 부분을 잘 입증해 타당한 판결이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당시 선량한 관리자에 의해 투자자 보호를 위해 최선의 조치를 다했다"며 "1심에서 승소한 결과를 토대로 차후 소송 대리인을 선임해 2심에도 성실히 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