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진철 기자] 수출기업 10곳 중 8곳은 최근 원자재값 급등으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재값 상승분이 제품가격에 반영돼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면 기업과 국민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시장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500대 기업 중 12대 수출 주력업종 기업 1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기업 영향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의 올해 원자재 구매 가격은 전년 대비 평균 18.6% 증가했다. 조사대상인 12대 수출 주력 업종은 반도체, 일반기계, 자동차, 석유화학, 철강, 석유제품, 선박, 자동차부품, 디스플레이, 바이오헬스, 컴퓨터, 이동통신기기 등이다.
업종별 원자재 구매 가격 증가율은 ▲철강 29.8% ▲석유화학‧제품 26.3% ▲일반기계‧선박 19.5% ▲전기전자주 12.5% ▲바이오헬스 11.6% ▲자동차‧부품 10.5% 등으로 조사됐다.
원자재값 상승이 기업 경영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해 응답 기업의 83.0%는 원자재값 상승이 기업 경영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반면, 12.0%는 원자재값 상승이 기업 경영 환경에 별다른 영향이 없다고 했고, 5%만이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전년 대비 올해 원자재 구매 가격이 상승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영업이익의 변동률을 조사한 결과, 원자재 구매 가격이 상승한 기업 중 83.5%는 영업이익이 하락했다고 답했다. 평균 영업이익 변동률은 -5.9%로 조사됐다. 업종별 영업이익 변동률은, 일반기계‧선박이 -8.8%로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그 다음으로 석유화학‧제품 -7.1% 바이오헬스 -6.0%, 철강 -5.7%, 자동차‧부품 -5.2%, 전기전자 -1.8%였다.
기업 대다수는 원자재값이 6개월 이상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제품가격 인상, 원가절감 등으로 대응하겠다는 반응이었다. 전년 대비 올해 원자재 구매 가격이 상승한 기업들의 과반(65.2%)은 제품가격 인상(34.1%), 원자재 외 원가절감(31.1%)을 통해 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응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원자재 선구매 및 확보 15.9% ▲대체 원자재 발굴 12.2% ▲대응없음 3.0% ▲옵션 등 파생상품 활용 1.1% ▲공장 가동 중단 0.4% 등을 대응방안으로 제시햇다.
제품가격 인상을 통해 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응한다는 기업들의 평균적인 제품가격 인상률은 13.8%로 나타났다. 업종별 제품가격 인상률은 ▲석유화학‧제품 19.6% ▲철강 18.4% ▲일반기계‧선박 12.5% ▲자동차‧부품 10.4% ▲바이오헬스 7.5% ▲전기전자 6.9% 순이었다.
기업들은 원자재 가격 전망을 묻는 질문에서 76.1%가 원자재 가격 상승이 6개월 이상 지속될 것으로 응답해 적어도 내년 2분기까지는 원자재 가격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들은 원자재 가격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서 필요한 정부 정책으로는 ▲해외자원개발 지원 등 안정적 원자재 수급처 확보(44.0%) ▲원자재 수입관세 인하(37.9%) ▲폐자원 재활용 지원을 통한 원자재 확보(9.9%) ▲정부의 원자재 비축물량 방출(8.2%) 등을 제시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자원 빈국인 한국은 원자재의 수입 비중이 높아 국제 원자재값 변동성에 취약하다"면서 "단기적으로는 원자재 수입관세를 인하해 생산자 물가 안정화 및 소비자 물가로의 전이를 막고, 장기적으로는 해외자원개발 지원 등을 통하여 안정적인 원자재 수급처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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