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권녕찬 기자] 최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올해 건설사들의 시공능력평가에서는 건설업계 '투톱'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올해도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삼성물산은 2014년 이후 8년째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의아한 점은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순위는 한 단계 차이지만,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총액은 두 배 가량 차이가 났다는 점이다. 최근 8년 간 가장 큰 차이다. 업계에서 소위 '끝판왕'으로 평가받는 현대건설의 활발한 시공실적을 감안하면 격차가 너무 큰 것 아니냐는 반응이 업계에서 나온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격차는 우선 시공능력평가액을 구성하는 4가지 평가 기준 중 경영평가액에서 큰 차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시공능력평가는 ▲공사실적평가액 ▲경영평가액 ▲기술능력평가액 ▲신인도평가액 등 4가지 평가로 산정한다.
올해 삼성물산의 경영평가액은 13조9858억원으로 현대건설 3조6249억원보다 3배 이상 많았다. 최근 8년 간 모두 비슷한 흐름이 이어졌다. 많게는 4배가량 차이가 나기도 했다. 기술능력평가의 경우 오히려 현대건설이 줄곧 앞섰지만 경영평가액에서 큰 차이가 나면서 결국 총액이 두 배 이상 벌어진 것이다.
재무건전성을 수치화한 경영평가액은 평가항목 중 가장 높은 80%의 가중치를 둔다. 나머지 항목(공사실적 70%, 기술능력 30%, 신인도 30%)보다 가중치가 높다.
무엇보다 경영평가액은 실질자본금 x 경영평점 x 80%로 집계하는데, 이중 실질자본금이 핵심 요소다. 실질자본금은 총자산에서 총부채를 뺀 금액으로 통상 자기자본을 뜻한다. 건설업에서의 실질자본금은 자본총계에서 부실자산과 겹업자산 등을 뺀 실질적 자본금을 의미한다.
삼성물산은 실질자본금 가운데 핵심인 자기자본 규모가 압도적이다. 지난해 수치를 보면 삼성물산의 자본총계(별도 기준)는 27조9945억원으로 현대건설(5조5451억원)보다 5배 이상 많다. 이 차이가 결국 경영평가액의 차이를 만들어 낸 것이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실질자본금 차이는 2배에 달한다"고 말했다. 부실자산과 겹업자산 등을 빼고 계산하더라도 실질자본금이 2배 안팎의 차이가 난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물산은 건설부문 뿐만 아니라 상사, 패션(빈폴 등), 레저·리조트(에버랜드) 등 기타 사업도 함께 영위하는 만큼 사업상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보유 중인 삼성전자 주식(5.01%)과 삼성생명 주식(19.47%) 등의 자산도 자본금 집계에 반영하기 때문에 경영평가액에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의 2대 주주로 삼성그룹 지배구조에서 최정점에 위치한 기업이다. 삼성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로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은 54조3317억원(연결 기준)에 달한다.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각각 64.9%, 6.7%로 재무건전성도 우수하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