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현기 기자] 헬릭스미스 유상증자 실시와 맞물려 김선영(65) 대표이사가 아들에 대한 증여를 취소했다. 지난해 9월에 이어 또 다시 증여를 '없던 일'로 만들었다.
김 대표는 지난 7월14일 장남 김홍근(27) 씨에게 보통주 100만주를 증여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규모로는 600억원에 조금 못 미치는 금액이었다. 증여에 따라 이 회사 최대주주인 김 대표의 지분율이 9.79%에서 6.05%로 낮아지는 대신, 홍근 씨의 지분율이 0.03%에서 3.77%로 늘어나는 상황이었다.
김 대표는 "회사의 중장기 사업을 위해서는 지배 구조의 안정화가 필요하다. 지금이 이를 가장 경제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적기라고 본다"며 증여의 배경을 설명했다. 주가가 꾸준히 떨어져 저점에 근접했다고 판단, 증여세 절세에 좋은 시기임을 간접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그러나 김 대표의 이런 계획은 두 달 만에 원점으로 돌아갔다. 헬릭스미스가 지난 17일 2817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김 대표의 홍근 씨에 대한 증여 취소도 동시에 알렸다.
증여세는 증여 기산일(7월14일) 전후 2개월 간 주가 추이를 고려해 책정된다. 유증 발행가액이 3만8150원으로 책정되면서 헬릭스미스의 주가가 지금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예측되는 게 현실이다. 실제로 유증 발표 다음 날인 18일 주가가 20% 안팎인 4만2000원까지 떨어졌다. '절세'의 명분이 사라졌다.
김 대표가 7월 증여 당시 내걸었던 '지배구조 안정화' 필요성도 힘을 잃었다. 우선 김 대표는 유증에 전혀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홍근 씨 참여 여부도 불투명하다. 이에 따라 유증 직후 두 사람을 비롯한 특수관계자의 기존 지분율은 12.14%에서 9.48% 안팎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김 대표가 부실 경영에 대한 반성 차원에서, 지배구조에 문제가 생길 수 있음에도 유증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 증여취소도 같은 맥락으로 이뤄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에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지난해 9월27일 홍근 씨에게 34만1125주를 증여하기로 했다가 한 달 뒤 취소한 것이다. 그 때 처분가액은 이번 증여보다 조금 낮은 536억원이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 당뇨병성 신경병증 유전자치료제 '엔젠시스(VM202)'의 글로벌 임상 3상 결과 도출에 실패하면서, 헬릭스미스 주가가 이틀 연속 하한가 등으로 폭락했다. 김 대표는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증여세 낼 여력이 없어서 취소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고 말하더니 결국 철회했다.
올 여름 김 대표는 홍근 씨에게 1년 전보다 3배 가량 많은 주식을 증여하기로 하고 다시 실행에 나섰으나 이번엔 유증이 발목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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