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정혜인 기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이사장직에서 물러난 이후부터 북일학원의 이사장 자리는 계열사 임원들이 채웠다. 특히 지난해에는 한화그룹의 옛 홍보 임원들이 이사회 명단에 속속 이름을 올렸다.

2013년까지 북일학원의 이사장은 김승연 회장이 맡았다. 하지만 김 회장이 부실 계열사를 부당 지원해 회사에 수천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으면서 이사장직을 내려놓아야 했다. 사립학교 법이 국가공무원법 제33조를 적용하고 있어, 법원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자는 학교 법인의 임원을 맡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 뒤는 한화 그룹에서 오래 근무한 계열사 임원들이 이었다. 김 회장의 빈자리를 가장 먼저 채운 인물은 홍기준 전 한화케미칼(현 한화솔루션) 대표(옛 부회장)였다. 홍 대표는 1975년 경인에너지에 입사해 한화에너지, 한화종합에너지, 한화석유화학 등을 거치고 2009년부터 한화케미칼 대표를 맡으면서 그룹 핵심 사업을 이끌었다. 2014년 한화케미칼 부회장 자리에서 물러난 후 소속을 북일학원으로 옮겼다.

바로 다음 해인 2015년부터는 또 다른 '원로'격 인물인 성하현 전 아산테크노밸리 대표가 이사장 자리를 이어받았다. 성 전 대표는 1971년 한국화약 시절부터 한화그룹과 인연을 맺은 인물이다. 이후 한화국토개발, 한컴(한화그룹 소속 시절), 아산테크노밸리, 신고려관광 등 계열사 임원직을 거치고 북일학원으로 적을 옮겼다.

'홍원기, 김창범, 최상순' 등 그룹 핵심 멤버들 역시 2015~2016년 이사회 구성원이었다. 홍원기 전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대표는 1977년 한화기계(옛 한국베어링공업)에 입사하면서부터 한화그룹과의 관계를 이어온 인물로, 북일학원 이사회 멤버가 되기 전인 2014년까지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경영을 맡았다. 

'인수합병(M&A), 태양광' 등으로 그룹 내 석유화학 사업법인의 대대적인 변화를 이끈 김창범 전 한화케미칼 부회장 역시 한화케미칼 임원직에서 물러난 후인 2015년 북일학원의 이사회 명단에 올랐다. 2000년대 한화 재무팀장, 주요 계열사 사장직을 거쳤던 최상순 전 한화그룹 부회장 역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북일학원 운영에 참여한 인물 중 한 명이다.

특이한 점은 지난해부터 이사회 멤버에 '홍보 임원 출신'들이 투입됐다는 것이다. 2019년부터 지금까지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이경재 전 한화이글스 대표는 대한일보, 동아일보 기자 출신으로, 1988년부터 1998년까지 한화그룹 홍보 실장을 맡았다. 이후에는 한컴 대표, 한화이글스 대표, 한화이글스 구단주 대행직을 거친 뒤 2019년부터 북일학원 이사장을 맡으면서 한화그룹과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김신연 한화커뮤니케이션위원회 사장이 신규 이사회 멤버로 선출되기도 했다. 김신연 사장은 2018년부터 한화커뮤니케이션위원회를 이끌어오고 있다. 한화커뮤니케이션위원회는 그룹의 대외협력 업무를 총괄하는 곳이다. 김신연 사장은 김승연 회장의 큰아버지인 고 김종철 국민당 총재의 차남으로, 김 회장의 사촌이기도 하다. 

재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육영사업 재단인 만큼 교사 출신 인물들이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기는 하지만, 계열사 임원이나 친족 등 특수관계인의 비중이 아직까지는 높은 편"이라며 "북일학원이 ㈜한화를 비롯한 계열사 지분까지 보유하고 있어, 자칫하면 공익재단이 총수 일가 지배력 확대 등 사익을 취하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