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 보유 사실을 처음 밝힌 것은 지난해 8월 공시를 통해서다. 델타항공은 7월30일부로 5%가 넘는 한진칼 지분을 갖게 되면서 공시 의무가 생겼고, 바로 다음날 이 사실을 밝혔다. 델타항공은 이후에도 두 달가량 지속적으로 장내에서 한진칼 지분을 매입했다. 이 기간 동안 델타항공은 한진칼 지분율을 정확히 10%까지 끌어올렸다.

공시에 따르면 델타항공은 8월과 9월 사이에 평균 2만8959원을 들여 총 287만9047주 어치의 한진칼 지분을 사들였다. 하지만 5%를 넘기기 전까지 한진칼 지분을 사들이는 데 투입한 금액이 얼마인지, 평균 매입 단가가 얼마인지에 대해서는 그간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이를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는 자료는 델타항공이 최근 발표한 2019년 연차보고서(Anual Report)다. 델타항공은 보고서를 통해 2019년 말일 기준 10%의 한진칼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매입 가격은 1억7000만달러라고 명시했다. 보고서 작성 기준일의 환율을 적용하면 우리돈으로는 1965억2000만원에 해당한다. 

델타항공이 지난해 7월30일부터 9월19일까지 한진칼 지분 매입에 투입한 금액은 869억원이다. 이를 1억7000만달러에서 차감하면 한진칼 지분을 사들이는 데 투입한 자금은 1096억원이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5%까지의 지분은 평균 3만7762원에 매입했다는 이야기다. 델타항공이 한창 한진칼 지분을 사들이던 시점을 전후해 한진칼 주가가 4만원을 넘어설 정도로 반짝 급등한 데 영향을 받았다.

한진칼 지분은 델타항공에게 쏠쏠한 재미를 안겼다. 당장 2019년 연차보고서에 계상된 한진칼 지분 10%의 가치(Carrying Value)는 2억50만달러(2370억원)로 20%가 넘는 평가 차익을 일으켰다. 델타항공이 조인트 벤처 파트너 자격으로 지분을 매입한 항공사(또는 항공 지주사) 가운데서는 단연 독보적이었다.

델타항공은 올 2월에도 장내에서 한진칼 지분을 대거 사들였다. KCGI와 반도건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촉발한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한진칼 주가가 급등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 1%를 추가 매입하는 데 들인 금액은 303억원으로 평균 매입 단가는 5만1158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의 한진칼 주가 급등은 델타항공의 평균 매입 단가를 소폭 끌어올리는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전체 지분가치가 덩달아 올랐다는 점에서 오히려 호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델타항공이 11%의 한진칼 지분을 사들이는 데 들어간 금액은 2268억원이다. 이 지분의 가치는 2일 종가(6만7300원)를 적용하면 4380억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