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유범종 기자] 국내 철강업계가 하반기 제품가격 인상에 사활을 걸고 있다. 부진했던 반기 실적을 벌충하기 위해 하반기 가격 인상 카드를 꺼냈지만 지난달부터 급변한 철광석 가격 하락세로 조선사와 자동차 등 주요 수요처의 공감을 얻어낼 지는 미지수다. 연초 톤당 72달러였던 철광석 가격은 지난달초 114달러까지 우상향 흐름을 보이다 이를 정점으로 최근 92.8달러대까지 조정받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주요 철강업체들의 원가부담이 크게 늘어난 상태다. 국내 고로사 기준 조강 생산원가는 지난해 4분기 톤당 269달러에서 지난 2분기 295달러까지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 상반기에만 30달러 가까이 원가부담이 늘어난 셈이다.

원가부담 확대는 주원료인 철광석 가격 급등에 기인한다. 지난해 2분기 평균 톤당 65달러 수준이었던 국제 철광석 가격은 올 2분기 평균 톤당 100달러까지 솟구쳤다. 원료 투입과 제품 재고 소진 시기까지 고려하면 상반기 고가로 매입해 둔 원재료는 하반기철광업계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지난 상반기 철강업체들이 현대자동차, 한국조선해양 등과 진행한 상반기 가격협상이 동결로 마무리되면서 철강 원가인상분을 철강사들이 고스란히 떠안았다.  

올 2분기 철강사들의 실적이 이를 반증한다. 포스코의 2분기 개별기준 영업이익률은 9.7%로 전년동기대비 1%포인트 하락했다. 포스코는 지난해부터 두 자릿수 분기 영업이익률을 꾸준히 유지해왔으나 올 2분기에는 한 자릿수 이익률로 떨어졌다. 동기간 현대제철도 개별기준 영업이익률 4.5%에 그치며 2.4%포인트 크게 하락했다.

이에 따라 철강업계는 하반기 제품가격 인상에 ‘배수의 진’을 치고 있다. 포스코, 현대제철은 이미 8월 유통향 열연, 후판 등에 대해 톤당 2만~3만원 수준의 가격 인상 공문을 발송하거나 적극 검토 중이다. 최근 하반기 가격협상을 개시한 자동차용 강판도 톤당 3만~4만원, 조선용 후판은 톤당 5만원 이상 강한 인상 의지를 표출하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원가인상분을 더 이상 내부적으로 감내하는데 한계점에 도달했다. 하반기 수익성을 지키기 위한 철강업체들의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하반기 가격 인상도 녹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철강업체들의 하반기 가격 인상 최대 명분이었던 철광석 가격이 지난달부터 폭락세를 보이면서 가격협상의 가장 큰 변수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플랫츠(Platts) 자료에 따르면 7월5일 톤당 114.3달러(CFR North china fines 62% Fe 기준)였던 국제 철광석 가격은 이날 92.8달러까지 급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브라질, 호주의 철광석 공급 차질이 상당 부분 해소되면서 투기성 가격 거품이 빠지고 있다. 톤당 80달러 대까지 가격이 더 떨어질 가능성도 농후하다”고 예측했다. 

철강업체들의 가격 인상 요구에 찬물을 끼얹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대부분의 전망기관들은 올 하반기에도 건설, 자동차, 가전 등 철강 수요산업들의 동반 침체를 예상하고 있다. 철광석 가격 폭락은 철강가격이 부담스러운 철강 수요업체들에게 가격 인상을 저지하는 빌미로 활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원가 상쇄는 당면과제로 최대한 고객사들을 설득할 계획이다. 그러나 대내외 여건이 워낙 좋지 않아 원가상승분을 얼마나 제품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지가 하반기 실적의 최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