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펙사벡 참사…그들은 왜 침묵했나
남두현 기자
2019.08.05 16:33:45
⑤실패 가능성보다 흥행에 몰입…매도의견 못낸 증권가 "自省"
우려가 현실이 됐다. 갖가지 추측과 소문이 끊이질 않던 항암제 펙사벡이 결국 DMC로부터 임상시험 중단 권고를 받았다. 파장 역시 심상치 않아 보인다. 주가가 폭락하고 있어 단기간 내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이 불가능해 보인다. 임상 프로토콜 변경부터 잦은 임원 교체 및 주식매각 등 임상시험의 부정적 시그널은 이미 곳곳에서 포착돼 예고된 사고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임상중단의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신라젠 이슈들을 따라가 봤다. 이미 팍스넷뉴스는 올해 초 임상에 참여한 전문가 취재를 바탕으로 특별 점검 기사를 작성해 시장에 주의를 환기시킨 바 있다. 신라젠은 "사실무근"이라며 법적소송에 나서는 등 줄곧 강경 대응 입장을 견지했다.


[남두현 기자] 간암 3상 임상시험에서 효과입증에 실패한 펙사벡을 두고 관련 전문가들이 결과를 예상하고서도 침묵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펙사벡 3상 임상 중단으로 신라젠 주가가 급락하면서 기업분석 보고서를 발행하는 애널리스트들의 경우엔 주가 밸류가 고평가됐다는 경고를 했어야 한다는 게 일부 개인투자자들의 지적이다. 취재결과, 실제로 많은 애널리스트들은 펙사벡 3상 임상 성공가능성과 5조원을 넘나든 시가총액 등에 부정적인 의견을 가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신라젠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상장 이전부터 있었다"면서 "펙사벡 물질 하나를 가지고 병용투여 및 적응증 확대 등 공격적인 임상계획을 내세워 고평가된 경향이 있다는 말도 많이 나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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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매도 의견을 좀처럼 내지 않는 증권가 분위기를 비롯해 약물개발 가능성보다 흥행요소에 초점을 맞춘 분석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증권가 관계자는 "신라젠은 글로벌 3상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과 펙사벡이 (주목받고 있는) 유전자치료제라는 점, 타깃질환이 (시장규모가 큰) 항암제라는 점 등으로 흥행할 요소는 다 갖추고 있었다"면서 "밸류에이션(가치측정)을 하는 애널리스트에 따라 다르지만 임상실패에 대한 반영은 소극적인 경향이 없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증권가에선 매도 리포트를 잘 내지 않는 관행이 있다"며 "담당 업체들과의 관계유지나 몸담고 있는 증권사의 투자영업 지원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을 수도 없는 것"이라고 전했다.


일부 강경한 주주들의 영향력도 언급된다. 지난 2017년 강경주주가 많기로 유명한 한 바이오업체에 대해 매도 의견을 낸 한 외국계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주주들의 항의에 못 이겨 결국 퇴사한 사례가 회자되고 있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2016년 사노피의 한미약품 인슐린 후보물질 기술반환과 녹십자의 혈우병치료제 임상중단 등을 겪은 후 투자자들이 기업평가에 더 신중해질 거란 얘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신라젠은 극성주주들이 많아 이같은 영향이 적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한 바이오담당 애널리스트는 각종 욕설과 살해협박 등에 오래 시달리다 스트레스로 결국 직장을 그만뒀다"면서 "사실 바이오업계의 적잖은 관계자들이 신라젠의 인력구성이나 임상디자인에 부정적 시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논란이 부담스러워 밖으로 얘기를 꺼내는 것 자체를 꺼린다"고 전했다.


벤처캐피탈(VC) 업계 역시 자성이 필요하다. 이들의 초기투자로 인해 개인투자자의 후발 투자를 부채질했다는 점에서다. 실제 대다수 VC들의 경우 약물의 객관적 성공 가능성보다는 엑시트(exit)에 집중하고 있다. 이른바 '폭탄 돌리기'를 통한 잠재적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올초 신라젠이 신규 파이프라인 투자를 위해 대규모 자금조달에 나설 당시, 사측의 투자제안서를 거절한 대형 VC 고위 관계자는 "투자금의 사용용도가 합리적이지 않다고 판단해 투자를 보류했다"며 이같은 실태를 꼬집었다. 그는 "이미 다수의 진행중인 파이프라인에 대한 자금소요가 계속되는데도 불구하고, 신라젠이 또 다시 새로운 파이프라인용 투자를 제안해 황당했다"고 덧붙였다. 최소한 진행중인 파이프라인에서 확실한 성과를 낸 이후, 새로운 투자를 시작하는 게 합리적이었다는 설명이다. 


한 바이오업체 관계자는 "신라젠이 바이오업계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물질 가치를 떠나 3상 임상이 잘돼야 한다는 바람도 많았다"면서도 "국내 주식시장 참가자들이 '신약개발=불확실성의 연속'이라는 명제를 뒤늦게 배워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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