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아시아신탁에 칼 빼들었다
실사 과정서 부실 드러나…감사‧리스크부문 물갈이

신한금융지주가 당초 계획과 달리 아시아신탁 경영진을 물갈이하기로 한 것은 실사 과정에서 드러난 부실이 결정적이었다. 신한지주가 지난해 10월 아시아신탁과 지분 60% 인수 계약을 체결할 당시만 해도 ‘점진적인 경영권 행사’를 추진하겠다는 기류가 강했다. 부동산 신탁업 경험이 많지 않은 신한지주 입장에서는 기존 경영진의 노하우를 그대로 활용할 필요성이 컸다. 때마침 신규 신탁사 진입이 예고된 상황이기 때문에 인력 이탈을 최소화시키기 위해서도 경영진에 큰 폭의 변화를 주기 어려웠다.


아시아신탁 지분을 매각한 기존 최대주주 정서진 부회장 입장에서도 손해 볼 게 없었다. 신한지주는 아시아신탁 지분 40%를 2022년 이후 넘겨받기로 했지만 취득금액과 시기, 방법 등은 정하지 않았다. 정 부회장은 경영권을 그대로 보장받으면서 3년 뒤 아시아신탁의 기업가치를 상승시킬 경우 매각차익을 추가로 챙길 수 있었다. 분할매각은 우리금융지주에 지분을 매각한 국제신탁이 그대로 차용할 정도로 각광을 받았다.


◆5월초 등기임원 5명 사임시켜


신한지주와 아시아신탁의 밀월관계는 길지 않았다. 연초부터 부산과 포항에서 사업 부실이 연이어 불거져 나왔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부실 사업장은 부산 해운대구 중동의 분양형 호텔이다. 분양관리신탁업무를 맡고 있던 아시아신탁 담당자가 수백억원을 횡령했다. 피해 금액은 400억원 대로 추산된다. 아시아신탁은 담당자의 개인 일탈 행위라고 주장했지만 횡령 과정에서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은 회사의 책임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포항 사업장에서도 200억원대의 부실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지주와 아시아신탁의 신뢰는 차갑게 식어버렸다. 신한지주는 보스턴컨설팅에 의뢰해 아시아신탁의 경영 개선 방안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초 금융위원회로부터 대주주 적격성 승인을 받아 지분 인수를 완료하자마자 칼을 빼들었다. 등기임원 5명을 사임시켰다. 기존 최대주주였던 정서진 부회장과 그의 장녀 정다희씨(웅지세무대학 부교수), 김교식 회장, 신제윤(전 금융위원장) 사외이사, 유지철 사외이사 등이다. 사실상 정 부회장과의 경영권 신사협장을 파기한 것이다.


이들의 빈자리는 신한 출신 인사들이 메웠다. 윤보한 신한은행 중부본부장이 기획·재무총괄 전무로 임명됐다. 장래관 신한은행 리스크총괄 부장은 리스크관리 상무, 이영철 신한지주 감사팀장은 준법감시 상무를 맡았다. 정운진 신한금융그룹 GIB사업부문장과 김지욱 신한지주 본부장은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됐다.


여기에 이재영 전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과 송병국 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교수, 신경식 법무법인 화연 대표변호사 등 3명이 사외이사로 임명됐다. 이중 이 전 사장과 송 교수가 감사위원을 맡는다. 기존 김용환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까지 포함하면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이 기존보다 각각 1명씩 늘어난 것이다. 준법감시인도 올해 1월 현대건설과 대성산업 등에서 근무한 정의훈 실장으로 교체했다.


지난 5월 인사의 특징은 교체 인물이 대부분 리스크 관리와 감사 부문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감사위원의 경우 김용환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2018년 5월 임명)을 제외한 나머지 2명이 모두 교체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아시아신탁 내부에서 직원 횡령과 부실이 연이어 터지는 와중에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신탁업계 관계자는 “아시아신탁의 연이은 부실은 사실상 기존 최대주주 일가와 경영진의 묵인 없이는 불가능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신한지주 “아시아신탁 경영 직접 챙기겠다”


신탁업계에서는 신한지주의 물갈이가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신한지주는 정서진 부회장의 최측근이자 7년간 아시아신탁 수장을 역임한 배일규 대표 후임을 물색하고 있다. 배 대표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1월 후임자를 취임시킬 것이란 예상이다. 


신탁업계 관계자는 “관련 업계에서 아시아신탁 대표 제안을 받은 이가 몇몇 있다”며 “신한지주가 아시아신탁의 현재 상황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배 대표의 후임자 물색은 신한지주가 아시아신탁의 신탁사업도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현재 문제가 불거진 리스크관리, 감사, 재무부문뿐만 아니라 사실상 아시아신탁의 경영을 직접 관할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아시아신탁의 등기임원진 중 지난 5월에 교체가 되지 않은 인물은 배 대표와 김용환 전 회장을 포함해 4명에 불과하다. 이들은 모두 신탁사업을 맡고 있는 임원이다. 


신탁업계 관계자는 “신탁업 경험이 거의 없는 신한지주가 정서진 부회장 측에게 일정 기간 경영을 맡기겠다는 계획을 스스로 폐기한 것”이라며 “이번 결정은 2022년 잔여 지분 인수협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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