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한·일 무역분쟁, 최대 수혜국은 중국"
中에 IT 주도권 뺏길수도…과도한 보복대응·국산대체 불가능 우려 제기


한국이 일본 수출 규제에 맞대응할 경우 양국 모두에 경제 손실만 커질 것이란 주장이 나왔다.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정치외교의 실패로, 보여주기식 대응으로는 명분과 실리 모두 챙기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특히 한일 양국간 분쟁이 무역분쟁으로 확전할 경우, 우리나라 전기전자 산업의 지위가 중국에 넘어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 "기업 물량 확보 실패시, GDP 최대 5.4% 손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10일 서울 여의도동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일본 경제 제재의 영향 및 해법' 긴급세미나에서 "한일 통상갈등의 근본적 원인은 과거사 문제에 대한 정치적 관리체계가 깨진 데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산업무역 구조상 한국이 일본을 제압할 수 있는 한 수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맞대응 확전전략은 국민들에게 '보여주기'식 대응에 지나지 않는다. 대화 의제를 발굴해 한일정상회의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역시 "일본산 불매운동과 일본 관광 자제 논의는 국민 정서상 이해되지만, 효과가 불확실한데다 또 다른 보호주의 조치로 인식돼 일본 정부에 재보복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고 힘을 보탰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진행한 한일 무역분쟁에 영향에 대한 모의실험 결과에 따르면, 반도체 소재가 30% 부족해지면 국내총생산(GDP)이 한국은 2.2%, 일본은 0.04%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국간 피해 규모 차이가 상당히 큰 편이다. 


여기에 한국이 맞대응할 경우, GDP 감소폭이 한국은 3.1%, 일본은 1.8%로 커진다. 일본도 충격을 받지만 한국의 손실도 확대되는 것이다. 또 한경연은 기업들이 물량 확보에 실패해 부족분이 45%로 확대되면, 한국의 GDP 손실폭은 4.2∼5.4%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조경엽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한일 무역분쟁은 관세부과로 대립하는 일반적 무역전쟁과 달리 상대국 핵심 산업의 필수 중간재 수출을 통제하여 공급망을 붕괴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면서 "한국이 보복할 경우, 한국과 일본 모두 GDP 감소하는 '죄수의 딜레마'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이어 "한·일 무역 분쟁으로 확대될 경우 최대 수혜국은 중국이 될 것"이라며 "한국의 보복이 강화될수록 일본은 현지 독점적 지위가 상대적으로 약한 한국 수출기업을 일본 내수기업 또는 중국 기업 등이 대체해 나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 '국산 대체' 현실적 불가 지적 잇달아


이날 세미나에서 반도체 산업부문 발제를 맡은 이주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반도체 산업 특성상 국내 중소기업 제품으로 대체하는 것도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 연구위원은 "반도체 산업 특성상 같은 제품이라도 거래기업을 변경하면 미세한 차이만으로도 공정이 불가능하거나 불량이 발생할 수 있다"며 "대체 물질이나 대체 공급자로 100% 전환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또 무역 규제가 완화되면 품질이 우수한 일본 제품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선뜻 증산하는 것도 어렵다"고 부연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센터장 또한 "일본에 100% 의존하는 프리미엄 핵심소재의 경우엔 특허 이슈로 인해 국산화가 어렵다"면서 "결국엔 생산차질을 넘어 글로벌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국내 대기업 총수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본 수출 규제와 관련)정부는 외교적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더 이상 막다른 길로만 가지 않길 바란다"면서도 "우리 기업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수입처 다변화와 국내 생산 확대 등을 정부가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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