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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파는 것보다 제대로 된 제품 확보가 먼저”
팍스넷뉴스
2019.05.09 08:54:00
남지희 마켓비 대표① “처음부터 큰 회사와 거래”
매일 수백 개의 온라인 쇼핑몰이 생기고 오프라인 상점이 문을 연다. 수많은 사람이 커머스 시장에 도전장을 던지지만 살아남는 사람은 극소수다. 치열한 커머스 시장에서 생존을 넘어 거대한 성공을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 커머스의 달인들이 꼽은 '내가 성공한 3가지 이유'를 들어본다.

[팍스넷뉴스] 남지희 마켓비 대표(사진)는 2005년 이케아 병행수입 기업 ‘이케아비’로 창업해 2009년 자체 브랜드 ‘마켓비’를 론칭하며 국내 1위 온라인 가구 쇼핑몰이자 자체 브랜드 제조사로 도약했다. 경쟁력 있는 가격에 우수한 디자인을 앞세워 ‘마켓비 국민 서랍장’, ‘마켓비 국민 선반’ 등 메가 히트작을 쏟아내며 2018년 41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대 중반의 나이에 혼자서 이케아 병행수입으로 창업해 마켓비를 키워 낸 남지희 대표는 화장품과 아동의류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남지희 마켓비 대표

Q.이케아 병행수입으로 사업을 시작했는데 창업 당시의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해주세요.


처음 대기업 계열사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는데 급여가 만족스럽지 않았어요.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집안이 어려워져 더 많은 돈이 필요했었어요. 그래서 급여 수준이 높은 국내 한 무역회사의 중국 지사로 이직했죠. 중국 지사 인근에 이케아 매장이 있어서 평소 이케아 매장에서 시간을 많이 보냈어요. 그때만 해도 국내에 이케아 매장이 없었죠. 이케아 가구 사진을 찍어 시험 삼아 싸이월드에 판매글을 올렸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어요. 엄청난 주문이 싸이월드 쪽지로 몰렸고 두 달도 안 돼 판매 수입이 월급의 몇 배가 됐어요. 그래서 회사를 관두고 정식으로 이케아 병행수입으로 창업했어요. 이후 한국에 돌아와 자체 브랜드 ‘마켓비’를 론칭하며 현재까지 온라인 가구 유통회사이자 자체 브랜드 제조사로 사업을 하고 있어요.


Q.중국에서 혼자서 사업을 시작했는데 2018년 매출 415억원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마켓비 성공을 만든 첫 번째 요인을 꼽아 주세요.


파는 것보다 먼저 제대로 된 물건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걸 고민했고 이 부분을 잘 해결한 거예요. 요즘 가성비·가심비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가성비·가심비를 만드는 원천은 가격이 아니라 제품이에요. 제품이 좋아야 만족이 생기니까요. 아무리 싸도 물건이 별로면 가성비·가심비는 성립하지 않아요. 100원에 물건을 사서 200원 판다고 하면 파는 기업만 좋은 게 아니라 사는 고객도 좋아야 하는 거죠. 이런 의미에서 물건을 잘 파는 것보다 제대로 된 제품을 확보하는 게 먼저고 기본이라고 생각해요. 마켓비 역시 좋은 제품을 확보하기 위해 좋은 공급처와 관계 맺기에 힘썼고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으면서 지금의 성과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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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좋은 공급처와 관계를 맺은 것이 현재의 성공을 만들었다고 하셨는데 좋은 공급처의 기준이 뭔가요. 대표님만의 기준이 있나요.


몇 가지가 있어요. 저희는 처음부터 큰 회사와만 거래한다는 원칙을 세웠어요. 이케아 같은 글로벌 브랜드와 거래하는 제조사가 대상이죠. 여기에 업력 최소 20년에 직원 수 300명 이상은 돼야 해요. 이유는 간단해요. 20년 이상 같은 업계에서 사업을 유지하며 글로벌 브랜드와 거래한다는 건 그만큼 좋은 제품을 만든다는 증거니까요. 마켓비란 자체 브랜드를 론칭할 때부터 이런 업체와 계약해 물건을 공급받는 걸 목표로 했어요.


마켓비 창업 초기 남지희 대표

Q.어떤 기업과 어떻게 관계를 만들었나요. 대표적 사례를 말씀해주세요.


처음 마켓비란 브랜드를 세상에 알린 제품이 철제 캐비닛이에요. 이 철제 캐비닛이 큰 사랑을 받으면서 브랜드가 성장했죠. 이 철제 캐비닛을 만든 OEM 제조사가 중국의 ‘신후이’라는 곳이에요. 신후이는 세계에서 가장 큰 철제 가구 제조사로 공장 부지만 20만 평 정도예요. 글로벌 1위 가구 브랜드가 이곳에 발주하는 금액만 1년에 1조원이 넘어요.


마켓비를 론칭하고 철제 캐비닛을 생산하기 위해 신후이를 찾아갔어요. 제품 디자인도 다 뽑아서 가져갔죠. 근데 이곳에서 계약을 안 해주는 거예요.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처음 한 번은 만나줬는데 가타부타 답도 안 주고, 추가 미팅 요청도 무시했죠. 알고 보니 국내 1위 가구 제조사도 50번이 넘게 찾아갔는데 계약 못 하고 빈손으로 돌아왔다고 하더라고요. 이들 입장에서는 한국이 큰 시장도 아니고 더더욱이 이제 막 론칭한 브랜드와 일할 이유가 없었던 거예요. 기존 고객사 물량만 받아도 일이 넘치니까요.


Q.작은 신생 브랜드가 계약할 수 없는 곳인데 마켓비는 어떻게 계약에 성공했나요.


애초 일정이 3박 4일이었는데 돌아가는 비행기 편을 취소하고 신후이 근처 숙소를 잡고 매일 찾아갔어요. ‘세상에 안되는 게 어디 있어’ 이런 마음으로 아침, 점심으로 회사를 찾아가 입구에 앉아서 담당자를 기다렸어요. 그러다 배가 고프면 회사 구내식당에서 현장에서 일하는 아저씨들과 얘기하며 밥도 먹었고요. 제가 중국어를 전공해 언어는 문제가 없었거든요.(웃음) 거진 한 달을 하루 2번씩 찾아가 얼굴을 비추다 보니 해외 영업 담당 여성 임원과 앞면을 트고 어느 순간 친해지게 됐어요. 이 사람과 친해지려고 한국 화장품을 선물로 주기도 했죠.(웃음) 이런 노력이 당시 회사 대표님 귀에 들어갔고 ‘일단 디자인이나 한 번 보자’라는 수준으로 미팅을 할 수 있었어요. 이 자리에서 신후이 대표님을 잘 설득해 계약을 맺을 수 있었어요.


Q.끈질긴 노력은 대단한데 그것만으로 거대 제조사가 계약을 해주지는 않았을 거 같습니다. 신후이를 설득한 논리가 궁금합니다.


‘이제 막 시작하는 브랜드니 좀 도와달라’ 이런 식으로 설득하지 않았어요. 대신 ‘우리와 계약하는 게 결과적으로 신후이에게도 좋다’라는 논리를 세웠죠. 당시 신후이의 가장 큰 고객사 철제 캐비닛 가격이 160달러(약 18만1000원)였어요. 저희는 비슷한 품질의 제품을 80달러(약 9만500원)로 팔 계획이었어요. ‘우리가 철제 캐비닛을 80달러로 팔면 판매량이 클 거다. 그러면 가격에 민감한 1위 브랜드도 마켓비 제품 수준으로 가격을 낮출 거고 가격이 떨어지면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이 제품을 더 많이 구매할 거다. 판매량이 늘면 더 많은 제품이 필요하고, 결과적으로 신후이는 더 많은 물량을 받을 수 있다.’라고 얘기했어요.


당시는 중국 내 인건비가 많이 오르던 시기였어요. 인건비만이 아니라 여러 환경 변화로 인한 단가 상승을 제조 원가에 반영해야 하는데 특정 고객사에만 종속되면 이런 게 쉽지 않잖아요. 그래서 ‘마켓비처럼 장래성 있는 브랜드를 확보하는 게 장기적 안목에서 나은 선택’이라는 점도 강조했어요.


Q.신후이에 말한 대로 전반적인 철제 캐비닛 판매가 늘어났나요. 이 과정에서 마켓비는 얼마나 성장했나요.


마켓비 철제 캐비닛은 내놓자마자 대박이 났어요. 당시 다수 소셜커머스의 메인 상품으로 소개됐어요. 1위 브랜드 상품과 품질은 동일하면서 더 나은 디자인의 상품이 반값에 나왔으니 큰 화제가 됐죠. 저희 철제 캐비닛이 인기를 끌자 신후이에 말한 대로 1위 브랜드도 가격을 마켓비 수준으로 낮췄어요. 결과적으로 철제 캐비닛 판매가 크게 증가했고 신후이가 1위 브랜드에서 받던 발주량도 마켓비 계약 이후 3배가량 늘었어요.


철제 캐비닛은 여전히 마켓비 대표 상품이고 많은 소비자가 꾸준히 찾는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예요. 신후이와 계약하고 첫 발주 금액이 5억원이었는데 다음 해 두 배가 됐어요. 지금은 1년에 50억원 규모를 발주하고 있어요.


신후이 공장에서 생산한 마켓비 철제 캐비닛

Q.신후이라는 거대 기업과의 계약을 통해 얻은 또 다른 이점이 있나요.


조명이나 선반 등 다른 카테고리 상품을 추가하면서 또다시 신후이처럼 좋은 제품을 공급해줄 유력 제조사와 계약을 해야 했어요. 이때 신후이 거래사라는 게 일종의 ‘보증수표’ 역할을 했어요. 어떤 제조사를 만나도 ‘신후이와 거래하고 있다’라고 말하면 단번에 계약이 됐어요. 마켓비와 거래한 후 신후이 물량이 크게 늘은 게 소문이 난 후로는 알아서 계약하자는 제안이 들어올 정도가 됐고요.


중국 기업은 처음 관계를 맺기는 힘들지만 한 번 관계를 맺으면 장점이 많아요. 일례로 신후이가 40억원가량 여신을 해준 적도 있어요. 덕분에 금융 비용을 절약할 수 있었죠.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한 번도 제품에 문제가 없었다는 거예요. 제품 1만개를 생산해도 불량이 단 한 개도 없어요. 그만큼 마켓비 철제 캐비닛을 구매한 소비자 만족도도 높을 수밖에 없죠. 세계 최고의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게 소비자 만족을 넘어 마켓비에 대한 신뢰로 이어진다는 점이 신후이 계약으로 얻은 가장 큰 이점이에요.


Q.마켓비 이후 신후이와 계약한 한국 기업은 없나요.


지금까지 없어요. 왜냐하면 처음부터 한국은 마켓비 독점으로 계약을 맺었으니까요. 저희 입장에서 독점이 아니면 제품 디자인을 줄 이유가 없어요. 처음부터 깐깐하게 독점 여부를 따졌죠. 사실 한 나라에 한 개 브랜드와 독점 계약하는 게 가구 제조 업계의 관행이기도 하고요.


저희가 계약을 맺은 후 유명 한국 브랜드가 계약해 달라고 100번이 넘게 신후이를 찾아왔다고 해요. 하지만 실패했죠.(웃음) 이 독점 계약 덕분에 저희가 여전히 가장 좋은 철제 캐비닛을 좋은 가격에 판매하고 있어요. 철제 라인은 마켓비 제품이 전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수준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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