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벤처투자 업계에 따르면 직방은 국내·외 투자사를 상대로 약 1000억원 규모의 전환상환우선주(RCPS)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직방은 이번 투자유치에서 7000억원 이상의 기업가치(밸류에이션)를 인정받고 머지않아 기업가치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직방 투자유치에는 국내 벤처캐피탈 여럿이 추가로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자금 조달 규모가 대폭 증가했다. 최초 목표로 한 금액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당초 직방 투자 유치에 나설 때까지만 해도 약 500억원 수준의 자금 조달을 고려했다.

직방은 투자 유치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증시 상장 작업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사들은 2년 내에는 기업공개(IPO)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존 주주들이 대거 후속 투자자로 참여한 것이 특징이다. 외국계 투자사 중에서는 기존 주주인 알토스벤처스, 골드만삭스PIA 등이 참여한다. 기존 주주이자 국내 벤처캐피탈인 스톤브릿지벤처스도 약 100억원 이상을 후속 투자를 할 계획이다. 스톤브릿지벤처스의 경우 직방이 이번 투자유치 작업을 시작한 초기부터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적극적으로 투자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 주주로 국내 벤처캐피탈인 프리미어파트너스, SL인베스트먼트 등이 직방에 대한 투자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프리미어파트너스는 이번이 직방에 대한 첫 투자로 50억원에서 100억원 규모의 집행을 고려하고 있다. 프리미어파트너스는 직방이 향후 유니콘으로 성장하는 데 충분한 잠재력이 있는 기업으로 판단했다. 향후 회사의 성장 곡선이 지금보다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L인베스트먼트도 100억원 수준의 투자를 집행할 것으로 보인다. SL인베스트먼트는 한 차례 직방 지분 전량을 엑시트(투자금 회수)한 이력이 있는 벤처캐피탈이다. 2011년과 2013년 직방에 투자했었으나 2015년과 2017년에 구주 전량을 골드만삭스PIA와 세컨더리펀드에 매각했었다. 당시 투자 원금 대비 20배 이상의 수익을 거뒀다.

성공적인 엑시트를 진행한 후 또다시 해당 기업에 투자하는 사례는 국내 벤처투자 업계에서는 매우 드문 일이다. SL인베스트먼트는 그만큼 직방의 향후 성장 가능성에 대한 높은 기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외국계 대형 투자사와 비교해 자금 여력이 부족한 까닭에 국내 벤처캐피탈들이 기업가치 수천억원 이상의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경우가 적었다. 이 때문에 유니콘으로 성장한 쿠팡, 우아한형제들, 크래프톤(옛 블루홀), 비바리퍼블리카 등은 외국계 투자사들의 자금을 활용해 성장해왔다.

쿠팡은 일본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최대주주), 우아한형제들은 중국 힐하우스캐피탈(최대주주), 크래프톤은 중국 텐센트(주요주주), 비바리퍼블리카는 미국 알토스벤처스·세쿼이아캐피탈(주요주주) 등이 최근 투자 유치에 참여하며 대규모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벤처캐피탈 업계 관계자는 “직방은 향후 유니콘으로 성장이 기대되는 국내에 몇 안되는 벤처기업”이라며 “외국계 투자사들도 이번 투자에 참여하긴 하지만 국내 벤처캐피탈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유니콘 탄생에 기여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향후 1~2년 내에 IPO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2010년 11월 설립된 직방은 국내 대표 부동산 플랫폼 업체다. 2012년 부동산 앱을 출시한 이후 줄곧 관련 시장에서 경쟁자들을 따돌리며 선두 자리를 유지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