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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퐁당퐁당과 보이콧, ‘슈퍼갑’ 극장을 보는 엇갈린 시선들
김동하 뉴미디어연구소장
2019.03.15 09:41:00
‘칠곡 가시나들’ 등 중저예산 외면하는 극장, 자본시장에서는 ‘찬밥’

[팍스넷뉴스 뉴미디어연구소] '퐁당퐁당'. 교차상영을 일컫는 말로 한국 영화계의 고질적 문제로 자주 꼽히는 용어다. 1개의 스크린에서 여러 영화를 교차해서 상영하는 것으로, 대부분의 시간에 헐리웃이나 국내 대기업의 대작들을 상영하고, 중저예산이나 독립영화는 조조나 심야에 끼워 넣어서 상영하는 행태를 의미한다. 필름이 아닌 디지털 상영이 일반화되면서 등장한 형태인데, 그렇다면 극장들은 왜 굳이 욕먹기 십상인데도 이렇게 상영을 할까?

[김동하 뉴미디어연구소장] 이유는 독과점 논란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퐁당퐁당으로 스크린을 배정해도, 스크린 수는 대작이나 독립영화 모두 1개씩으로 잡히기 때문에 독과점 논란을 조금이나마 비껴갈 수 있다. 하지만 제작사 입장에서는 자신이 공들여 만든 영화가 새벽과 심야에 그야말로 퐁당퐁당 빠지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


최근 칠곡 가시나들이라는 영화가 CGV와 메가박스에 상영하지 않겠다는 보이콧을 한 주된 이유도 바로 이 '퐁당퐁당'때문이었다. 3000개에 육박하는 전체 스크린의 거의 70%를 차지하는 두 체인이 겨우 십여개의 상영관에 퐁당퐁당으로 스크린을 배정하자, 이들 체인에는 상영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었다. 특히 CGV가 그룹 계열사인 CGV아트하우스가 배급하는 비슷한 규모의 영화에는 상대적으로 훨씬 많은 관을 배정하면서, 영화를 만든 김재환 감독은 보이콧을 택했다.


하지만 롯데시네마와 일부 독립영화관에서 관객을 모으면서 15일 현재 약 3만6000명이 넘는 비교적 양호한 스코어를 나타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관람하면서 이슈를 모으기도 했고, 특히 여성관객들과 다양하고 새로운 소재를 선호하는 관객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영화산업을 크게 유통과 제작으로 구분하면, 극장은 유통 진영의 대표적 플랫폼이다. 디지털온라인 등 부가판권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지난해 매출(4739억원)은 극장매출(1조8140억원)의 4분의 1 수준이다. 상영관 97%를 차지하고 있는 멀티플렉스 3사에 잘못 보였다가는 사실상 생존이 위태로운 상황인데, 누가 쉽사리 보이콧을 하겠는가. 김재환 칠곡 가시나들 감독의 용기와 배짱이 관심으로 이어지는 것도 이같은 편중된 시장환경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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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이 보유한 매출규모와 영향력은 투자,배급,제작 진영 모두를 합친 것보다 압도적이라고 할 수 있다. 상영과 투자배급을 함께하는 그룹사들 내에서도 이 같은 영향력의 차이는 존재한다고 한다.


하지만 극장을 바라보는 자본시장의 시선은 크게 달라 보인다.


최근 5년간 국내 상영시장 50%를 장악해온 CJ CGV의 시가총액은 14일 종가 기준으로 9702억원. 그룹 내 제작 스튜디오인 스튜디오드래곤 2조6509억원의 36.6%로 3분의 1을 겨우 넘는 수준이다. 지난해 3분기말 현재 자산은 2조2540억원으로, 스튜디오드래곤의 4911억원보다 4.5배가 크고 2017년 영업이익도 배 이상 많았다.


출처: 영진위 2018 영화산업 결산

하지만 CGV의 주가는 2016년 1월 14만1500원에서 3분의 1토막이 나면서 4만5850원으로 떨어져 있다.


영화 업계 내에서, 특히 제작진영이 느끼는 극장유통의 힘과 벽은 막강하지만, 자본시장에서는 유통보다 제작진영에 월등히 높은 성장성을 부여하고 있다. 같은 CJ 그룹 내 유통과 창작진영의 주가의 격차는 이 같은 시장의 시선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칠곡 가시나들의 퐁당퐁당과 보이콧은 단순히 극장의 횡포와 그에 대한 저항이라는 현상보다 많은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도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유통진영은 창작진영의 작고 다양한 작품들을 더욱 멀리할 가능성이 있다. 부족한 관 탓에 본인들의 시간을 극장에 맞춰가며 상영관을 찾는 사람들의 관람권은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의 간판급 영화감독들 모두 작은 독립영화에서 성과를 올렸기 때문에 성장할 수 있었다. 과연 제조업에서 성공한 효율 중심의 수직계열화는 창의성에 기반한 영화산업의 미래에도 걸맞는 산업구조일까?


최근 정부의 움직임도 칠곡 가시나들을 둘러싼 논란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모태펀드는 대기업 투자배급 영화에 대한 투자제한 조항을 삭제할 것을 예고하면서 4년만에 대기업 영화에도 모태펀드 투자를 재개할 조짐이고, 차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는 최근 5년간 CJ ENM사외이사와 감사를 맡았던 박양우 중앙대학교 교수가 내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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