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세연 기자] 제3인터넷전문은행 출범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자들이 사외이사 모시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직 고위관료나 정치인 등 이른바 '힘 있는' 유력 인사를 영입해 선정 과정에 대비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은행업계에 따르면 오는 27일 예고된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에는 신한금융·비바리퍼블리카컨소시엄(이하 신한컨소시엄)과 KEB하나은행·키움증권·SKT텔레콤 컨소시엄(하나컨소시엄) 등 2곳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유력했던 네이버는 불참할 것으로 보인다.

인가 신청을 예고한 후보들은 저마다 ▲안정적인 재원 ▲종합금융으로서의 역량 ▲혁신적인 정보통신기술(ICT) 확보를 내세우며 적임자임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인가 과정을 지원할 네트워크 확보를 위해 거물급 외부 인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선공에 나선 곳은 신한컨소시엄이다. 모바일 금융플랫폼 토스를 운영해온 핀테크 기업 비바리퍼블리카 등과 손을 잡고 컨소시엄을 구성중인 신한금융지주는 오는 27일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변양호 전 VIG파트너스 고문과 이윤재 전 대통령 재정경제비서관을 사외이사 후보로 선임했다.

변양호 전 고문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시절 기획재정부 전신인 재정경제부의 금융정책관과 금융정보분석원 원장을 지냈고 이후 토종 사모펀드 보고인베스트먼트(현 VIG파트너스)를 설립하는 등 자본시장내 역향력이 큰 인물로 평가된다.

이윤재 전 비서관은 행정고시(제11회) 출신으로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장관 비서실장을 거쳐 고(故)김대중 전 대통령 재임 당시 대통령 재정경제비서관을 지냈다. 김·장 법률사무소 고문을 거쳐 코레일 대표를 역임했으며 CJ프레시웨이, LG, S-Oil, 삼성화재해상보험, 제일은행 사외이사를 지냈다.

하나컨소시엄도 '히든카드'를 꺼내들며 맞서고 있다. KEB하나은행, 키움증권과 함께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을 꾸리고 있는 SK텔레콤은 오는 26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을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키움증권도 주총에서 김대식 전 보험연구원 원장을 선임키로 했다.

김석동 전 위원장은 행정고시(23회) 출신으로 재정경제원, 금융감독위원회를 거쳤다. 재경부 1차관과 금융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금융산업내 주요 요직을 두루 거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인물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영입을 놓고 업계 전반에 걸친 김석동이라는 브랜드가 '전관예우'는 아닐지라도 인가과정 등에서 상당한 힘을 발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얼마전까지 인터넷전문은행 선정을 주관하는 금융위의 수장을 지냈던만큼 영향력이 여전하다는 판단에서다.

김석동 전 위원장이 당장 새로 설립될 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인가과정 전반에 대한 전략 수립과 지원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는 역량있는 사외이사의 참여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란 평가다. 금융산업은 물론 관계부처까지 아우를 수 있는 탄탄한 네트워크 마련을 위해서도 힘있는 전직 관료의 영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기존 금융과 달리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ICT 기술을 기반으로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를 선제 대응하기 위해 등장한 인터넷전문은행의 설립 취지가 자칫 과도한 외부인사 영입에 따른 힘겨루기 양상으로 퇴색되진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불확실성을 대비하기 위해 역량있는 거물급 사외이사 선임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후보 입장에서 당연한 것”이라며 “대정부 로비나 외풍을 차단하기 위한 결정보다 혁신적인 인터넷전문은행의 초석을 다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선택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26~27일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받고 5월중 예비심사 인가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