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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진 이랜드, 위기 탈출 성공할까
이호정 기자
2019.01.04 16:36:00
오너 경영→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30∼40대 CEO 대거 중용

[딜사이트 이호정 기자] 이랜드그룹 창업주 박성수 회장과 그의 동생인 박성경 부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 대신 주력 계열사의 대표이사 직급을 격상하고, 주요 사업부문별로 젊은 최고경영자(CEO)를 대거 발탁했다. 알짜 사업부 매각 등 재무구조 개선작업에도 경영사정이 제자리걸음을 하자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경영투명성과 전문성 제고에 나서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랜드는 지난 3일 박 회장 남매가 경영에서 손을 떼는 동시에 전문경영인을 전면 배치하는 독립경영 체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인사와 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날 인사에서는 총 18명(신규임원 7명 포함)의 임원이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대표적으로 최종양 이랜드리테일 사장과 김일규 이랜드월드 부사장이 이번 인사를 통해 신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보세 옷가게서 시작한 이랜드 성공비결은 ‘속도경영’


이랜드그룹은 1980년 박성수 회장이 이화여대 앞에 차린 ‘잉글랜드’라는 옷가게가 시초다. 서울대 출신인 박 회장이 소위 보세 옷가게를 차리게 된 것은 근육무력증이라는 희귀병 때문에 취직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회장은 옷을 보는 안목이 남달랐다. 인기를 끌만한 옷을 족집게마냥 선별해낸 덕에 잉글랜드에서 큰돈을 벌었고, 1986년 이 가게를 법인화하면서 지금과 같은 이랜드로 사명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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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를 출범시킨 박 회장은 무채색 계열이 주를 이루던 패션 트렌드를 따르지 않고 과감하게 원색 계통의 옷을 제작해 판매했다. 당시 이랜드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적잖이 터져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박 회장의 촉을 틀리지 않았다. 청소년과 대학생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이랜드가 두 번째 도약을 할 수 있는 발판이 됐기 때문이다. 이후 이랜드는 ‘브렌따노’와 ‘헌터’ 등 신규로 론칭한 브랜드에서도 성공신화를 썼고, 해당 브랜드 매장을 프랜차이즈화 하면서 본격적으로 몸집을 불리기 시작했다.


이랜드 창립멤버인 한 관계자는 “밤 9시 뉴스에 유명인사가 색다른 캐주얼웨어를 입은 장면이 나오면 밤새 그 옷을 만들어 새벽시장에 내놓을 정도로 속도경영을 했고, 빠른 의사결정 덕에 큰 성공을 할 수 있었다”며 “패션사업만 했던 1993년 매출이 5000억원을 넘었고, 제일모직(현 삼성물산 패션부문)에서 우리의 경영방식을 조사해 가기도 했었다”고 말했다.


◆박성수 성공신화 썼던 M&A의 명암


박성수 회장은 1994년부터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다각화에 나선다. 뉴코아백화점(현 NC백화점)과 해태유통, 동아백화점, 광주밀레오레 등 유통사업은 물론 켄싱턴호텔과 대구프린스호텔, PIC사이판, 우방랜드 등 국내외 호텔리조트와 테마파크 사업에도 손을 댔다. 이외에도 라리오(이태리 구두 브랜드)와 엘칸토 등 구두사업을 비롯해 골프장, 건설회사, 물류회사, 여행사 등 닥치는 대로 인수했다. 한때 부도난 사업체나 큰 부동산이 매물로 나오면 이랜드가 인수할 것이란 루머가 공공연하게 돌았던 이유다.


금융권 차입을 통해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했지만 이랜드월드와 이랜드리테일 등 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막대한 수익을 창출했기에 문제될 게 없었다. 더욱이 M&A가 이랜드그룹을 매출 12조원에 80여개의 계열사를 둔 패션·유통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초석이 된 만큼 박 회장의 성공신화도 한층 공고해졌다.


하지만 2016년 중국이 사드보복을 본격화하면서부터 얘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공을 들여왔던 중국 사업이 삐걱거리면서 계열사들의 부채비율이 급증했고 재무구조 문제가 꼬리표처럼 따라붙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이랜드그룹은 2016년 ‘티니위니(8770억원)’, 2017년 ‘모던하우스(7130억원), 2018년 켄싱턴호텔 제주부지(1280억원) 등 알짜사업과 부동산을 매각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작업에 나서게 됐다.


문제는 이랜드그룹이 이처럼 자구 노력을 하고 있지만 경영사정이 별반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1조원의 자금조달을 추진했으나 5000억원을 모으는데 그친 것만 봐도 자본시장에서 얼마나 신뢰를 잃었는지 단번에 알 수 있다.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사업 선택과 집중 전망


결과론이지만 박성수 회장과 박성경 부회장이 지난 3일 경영에서 손을 떼고 전문경영인을 전면 배치하게 된 것도 ‘이대로는 안된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이랜드그룹의 경영 기조가 향후 효율성 높은 사업을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 할 것이란 게 업계 안팎의 관측이다. 아울러 사업부문별로 30~40대 CEO를 중용하는 등 파격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임원 승진자 중 단연 눈길을 끄는 인물은 김일규 이랜드월드 신임 부회장이다. 그는 작년까지만 해도 부사장 직함을 달고 있었다. 단번에 두 단계 파격 승진에 성공한 셈이다. 작년 4월 신설된 커뮤니케이션실 맡아 이랜드그룹 안팎의 소통 창구 역할을 맡아온 공로를 높게 평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랜드그룹은 그동안 자본시장과 소통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연내 기업공개(IPO)를 계획하고 있는 이랜드리테일의 최종양 사장도 이번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아울러 호텔과 리조트, 외식사업을 총괄하는 이랜드파크 총괄대표이사에는 사장으로 승진한 김현수 이랜드파크 부사장이 선임됐고, 이랜드가 해외사업 승부처로 꼽고 있는 인도·베트남 시장 담당에는 이은홍 베트남법인장 부사장이 승진 임명됐다.


주요 사업부문에는 30~40대 젊은 인재를 대표이사로 대거 중용했다. 이랜드월드 패션부문 대표로 선임된 최운식(40) 상무는 패스트패션(SPA) 브랜드인 스파오 사업 본부장으로 일하며 스파오를 국내 최대 토종 SPA 브랜드로 키운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랜드파크 외식부문 대표에는 그동안 이랜드그룹의 외식사업 운영을 맡아온 김완식(35) 외식본부장이 임명됐다. 이랜드리테일 사업부문 대표에는 석창현(54) 상무, 상품부문 대표에는 정성관(52) 상무가 선임됐다.


이랜드 관계자는 “박성수 회장은 미래 먹거리 발굴 및 차세대 경영자 육성에만 전념할 예정이고, 박성경 부회장은 이랜드재단 이사장을 역임하지만 지금까지 해 온 중국과 아시아권 대기업 최고 경영층과의 유대관계 강화 역할을 계속 맡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 인사와 조직개편을 계기로 전문경영인들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그룹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며 “시장 신뢰를 회복하고 차별화된 성장전략을 통해 이랜드리테일의 성공적인 기업공개(IPO)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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