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제네시스 전동화 전환의 선봉장격인 GV60이 온탕과 냉탕을 오가고 있다. 글로벌 최대 시장인 중국에선 '올해의 차' 타이틀을 거머쥐는 경사를 맞은 반면, 안방인 국내에서는 저조한 판매고로 인해 당분간 생산이 중단되며 시들해진 전기차의 현실을 대변하고 있다. 

7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GV60은 최근 '2024 중국 올해의 차 시상식'(2024 China Car of the Year Awards)'에서 럭셔리 준중형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부문을 수상했다.

해당 시상식은 중국 자동차 산업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알려진다. 현지 주요 자동차 잡지의 편집장이 공동 후원하는 데다가 40명 이상의 자동차 전문 매체 기자단의 심사를 통해 선정된다는 점에서다. 특히 GV60은 최종 후보에 오른 경쟁 차종을 큰 점수차이로 이기고 '올해의 차'에 꼽히는 영광을 안았다. GV60은 심사위원들로부터 186점을 획득하며 로터스 엘레트라(121점), 지리자동차 갤럭시 L7(103점)을 크게 따돌렸다.

GV60의 수상에 현대차그룹도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제네시스 전동화의 신호탄이 된 모델이 전기차 최대 격전지로 부상 중인 중국에서 상품성을 인정받았다는 사실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실제 웰스 리(Wells Lee) 제네시스 모터 차이나(GMC) 법인장은 "GV60의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우수한 성능, 기술력을 중국 시장에서도 인정받아 기쁘다"고 자평했다. 현대차는 지난 2019년 9월 제네시스 브랜드 최초로 E-GMP(전기차 전용 플랫폼)에 기반한 GV60을 선보였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해외에서 전해진 낭보에 마냥 도취돼 있을 수만은 없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GV60은 정작 안방인 국내에서 저조한 판매고로 인해 생산이 중단되는 정반대의 상황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이달부터 울산2 공장에서 만들어 온 GV60의 생산을 일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전기차 수요가 둔화된 데다 연말 전기차 보조금 소진까지 겹치면서 GV60은 국내에서 월간 100대가 팔리기도 버거운 실정이다. 지난 5월까지만 해도 598대가 팔린 GV60은 ▲6월 422대 ▲7월 227대 ▲8월 127대 ▲9월 104대 ▲10월 111대로 내리막 길을 걷고 있다. 하반기 판매량이 신통치 않으면서 올해 누적 판매대수(1~10월)는 3052대에 그치고 있다. 이는 같은 기간 5022대가 팔린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39.2% 가량 감소한 수치다.

판매 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건 비단 GV60에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다. 현대차의 주력 전기차 모델인 아이오닉5 역시 시들해진 전기차의 인기에 타격을 입고 있다. 올해 초부터 10월까지 아이오닉5(N라인 포함)는 국내에서 전년 동기 대비 43.9%가 줄어든 1만3903대가 팔리는데 그쳤다. 또 다른 동급 모델인 기아자동차의 EV6도 같은 기간 2만1335대에서 1만5438대로 판매량이 급감했다.

하지만 이들 차종의 경우 GV60과 달리 연간 2만대 가까이 판매되는 베스트셀링카인 터라 기존 생산 체계를 유지한다. 생산 중단 결정이 내려진 GV60이 국내에서 비인기 모델임을 방증한 셈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보조금 축소 등 국내 전기차 시장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고자 GV60 생산을 일시 멈추기로 했다"며 "울산2 공장에서의 GV60 생산은 내년 1분기에 재개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