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30년'의 고리를 끊을 것이란 청신호가 곳곳에 켜지면서 현지 부동산 시장도 주목받고 있다. 도쿄 핵심 권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오피스 공급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아파트 가격까지 꿈틀대며 디플레이션의 늪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하지만 일본 부동산 펀드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만큼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5일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일본 도쿄의 대표적인 업무 지구인 도심 3구(지요다구·주오구·미나토구)를 중심으로 대규모(연면적 10만㎡ 이상) 오피스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도쿄 오피스 시장에서 대형급 자산의 비중은 30% 안팎에 불과했다. 하지만 대규모 오피스 비중은 4년(2012년~2016년) 사이에 44%로 치솟은 뒤, 지난 2021년에는 50%를 넘어섰다. 오는 2026년까지 도쿄 내 오피스 10곳 중데 6곳(61%)이 대형급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1990년대 들어 버블 경제가 붕괴된 뒤 지가 하락 등의 여파로 활력을 잃은 일본 부동산이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 부동산 시장의 부활을 알리는 청신호는 상업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일본 부동산 조사기관인 부동산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5월 일본 수도권(도쿄도·가나가와현·사이타마현·지바현)에 새롭게 분양된 아파트(멘션)의 평균 분양가는 8068만엔(약 7억30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5% 증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이 디플레이션의 수렁에서 빠져나오며 마침내 '잃어버린 30년'의 종지부를 찍게 될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는 배경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일본 부동산 투자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일본 현지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가 이렇다할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만큼 시장 흐름을 관망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의 '한국투자도쿄한조몬오피스부동산투자신탁'의 수익률은 4%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해당 펀드의 최근 6개월(지난달 27일 기준) 수익률은 3.98%에 머물고 있다. 최근 3개월과 1개월 수익률은 각각 3.06%와 0.31%에 그친다. 해당 펀드는 도쿄 핵심 권역인 지요다구에 소재한 'PREX North 오피스'에 투자한다.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를 주요 포트폴리오로 삼고 있는 펀드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신탁재산의 60%이상을 'J-리츠'에 투자하는 '삼성Japan Property부동산투자신탁'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마이너스(-) 0.58%을 기록하고 있다. 동일 전략을 구사하는 삼성자산운용의 '삼성J-REITs부동산투자신탁1' 역시 같은 기간 1.34%의 저조한 성과를 보였다. 한화자산운용의 '한화JapanREITs부동산투자신탁1'은 올해 들어 마이너스 행렬을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J-리츠에 투자하는 국내 유일의 ETF(상장지수펀드)인 '삼성KODEX TSE일본리츠 ETF' 또한 연초 이후 -0.44%로 저조하다.

자산운용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역대급 엔저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일본 증시까지 연일 고점을 갈아 치우면서 일본 경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 건 분명해 보인다"면서도 "버블 붕괴의 트라우마로 인해 현지인들 사이에서 부동산을 재테크 수단으로 삼는 것을 꺼려하는 인식이 깔려 있는 만큼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