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배지원 기자] 지난달 삼성증권이 개인형퇴직연금(IRP)에 붙는 수수료를 전액 면제하는 파격적인 전략을 내놓은 뒤 증권사들이 연쇄적으로 '제로 수수료'를 내걸고 나섰다. 은행·보험사에서 증권사로 퇴직연금 자금이 순이동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흐름이 가속화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삼성증권이 IRP에 부과되던 운용·자산관리 수수료를 면제한 데 이어 미래에셋증권, 유안타증권도 수수료를 없애기로 했다. 특히 유안타증권은 다른 증권사들이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수수료만 면제한 데 반해 대면, 비대면 구분없이 수수료 무료를 제시했다.
현재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 증권사도 수수료 인하나 면제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은행과 보험사에서 증권사로의 자금 이동 규모가 커진 가운데 각종 수수료 면제 등을 통한 개인형퇴직연금(IRP) 유치가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해 은행과 보험사에서 증권사로 옮겨진 개인형IRP 자금은 4374억원으로 집계되고 있다. 지난 2019년 약 1563억원과 비교하면 1년새 3배이상 늘어난 것이다. 올해 1분기에도 3122억원이 추가로 순유입되며 '머니 무브'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증권사들이 IRP 수수료를 전액 면제하기 시작하면서 매년 지급받던 운용·자산관리 수수료 관련 수익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 가장 많은 IRP 적립금을 순유치한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약 6616억원이 늘어났다. 이 금액에 기존의 수수료 0.26%를 적용할 경우 약 17억원의 운용·자산관리 수수료가 매년 늘어날 수 있었다. 삼성증권의 경우 1분기 중 IRP 적립금이 1682억원이 늘어나 4억3000만원의 운용·자산관리 수수료를 받을 수 있었다.
다만 운용·자산관리 비대면 수수료를 면제했다고 해서 증권사들이 수수료 수익을 내는 것을 포기했다고 볼 수는 없다. 현재 증권사들이 수수료 무료를 제시한 것은 매년 퇴직연금에 부과되던 운용, 자산관리 수수료다. 해당 증권사의 퇴직연금에 가입하는 것 자체로 부과되던 관리 수수료는 면제하되, 고객이 가입한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할 경우 부과되던 판매보수, 관리 수수료 등은 납부해야 한다.
즉 증권사들이 보다 많은 퇴직연금 자금을 유치해 상품 판매보수, 관리 수수료 등을 받으면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식시장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더 높아진 상태에서 ETF에도 퇴직연금을 넣어둘 수 있는 증권사 상품은 매력적인 부분"이라며 "펀드에 대한 전문성이 은행, 보험에 비해서 높다는 점도 자금 유입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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