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신탁업, 봄날은 갔다
4년만에 실적 상승세 꺾여…내년 전망은 더 어두워
2015년부터 매년 최대치를 경신하던 부동산 신탁사들의 실적이 올해 들어 완연하게 하락 추세다. 지난 1분기 매출 혹은 영업실적이 전년비 줄어든 곳은 총 11개 신탁사 중  7곳이나 된다. 부동산, 주택 경기 하락에도 불구하고 기존 수주잔고 덕분에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갔지만 이마저 어려워진 것으로 분석된다. 신탁업계에서는 실적 악화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업계 1위 한토신도 실적 하락

28일 팍스넷뉴스가 11개 신탁사의 1분기 실적을 집계한 결과 한국토지신탁, 한국자산신탁, 대한토지신탁, 코람코자산신탁, 생보부동산신탁, 코리아신탁, 무궁화신탁 등은 전년대비 매출 혹은 영업이익이 하락했다. 하락 폭이 가장 큰 곳은 의류기업 LF에 인수된 코람코자산신탁이다. 올해 1분기 매출액 311억원, 영업이익 12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11.2%, 영업이익은 40.4% 감소한 수치다. 

업계 1위 한국토지신탁도 실적 하락을 피해가지 못했다. 올해 1분기 매출액 628억원, 영업이익 385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13.7%, 28.7% 줄어들었다. 한국토지신탁과 선두 경쟁을 벌이는 한국자산신탁도 마찬가지다. 매출액은 559억원으로 전년대비 9.1%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08억원으로 4.7% 감소했다. 대한토지신탁도 매출액은 소폭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5.4% 줄어든 170억원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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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형사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생보부동산신탁은 1분기 매출액 148억원, 영업이익 85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7.5%, 17.3% 줄어든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코리아신탁의 경우 영업이익이 38.3% 감소한 46억원에 머물렀다. 무궁화신탁의 영업이익도 7366억원으로 전년대비 3.8% 줄었다. 

반면 차입형 토지신탁이 주력인 신탁사들은 선전했다. 하나자산신탁은 1분기 매출액 326억원, 영업이익 252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61%와 80% 증가했다. KB부동산신탁도 매출액 294억원, 영업이익 215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4.8%, 8.5% 늘어났다. 

신탁업계에서는 차입형 토지신탁으로 대표되는 개발신탁이 퇴조한 반면, 그 빈자리를 책임준공 신탁이 메우고 있다고 해석한다. 신탁업계 관계자는 “한국토지신탁과 한국자산신탁, 대한토지신탁 등 대형사들이 사실상 차입형 토지신탁 영업을 중단한 상태”라며 “현재 수주 물량의 90%가 책임준공 신탁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위기감 감돌아…“자체 경쟁력 키우는 계기 돼야”

신탁업계는 올해 하반기로 갈수록 실적 하락 폭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전망은 더 어둡다. 

한국자산신탁 관계자는 “신탁사의 차입형 토지신탁 수주물량이 대부분 지방에 몰려 있다”며 “지방 부동산 경기가 최악인데다가 당분간 나아질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신탁사의 실적 악화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 정부의 부동산 규제책이 완화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신탁사들이 느끼는 위기감이 상당히 크다”고 강조했다. 

코람코신탁 관계자는 “연내 신탁사 3곳이 영업을 본격화하면 기존 신탁사들의 실적 하락이 가시화할 것”이라며 “한정된 파이를 놓고 경쟁을 벌이면 자연히 수익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대형 신탁사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는 수주를 해도 수익으로 연결될 확률이 낮다”며 “신규 수주를 늘리는 것이 큰 의미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리스크 관리를 위해 신규 수주를 조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신탁업계의 이번 위기가 자체 경쟁력을 키우는 계기가 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토지신탁 관계자는 “정부 규제 탓만 할 상황이 아니다. 인구 감소로 부동산 시장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기존 수수료 기반의 영업에서 벗어나 고객의 자산을 관리해주고 운용보수를 받는 비즈니스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탁사들이 그동안 주거용 상품에만 매달려왔는데 이를 상업용 등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틈새시장 공략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한국토지신탁 관계자는 “수도권의 대형 정비사업은 인지도 높은 건설사들이 장악하고 있어 신탁사가 진출하기 쉽지 않다”며 “신탁사들은 상대적으로 대형 건설사들의 관심이 적은 지방과 수도권의 소형 사업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전국에 1400개가 넘는 전통시장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이중 당장 재개발이 시급한 전통시장만 100개가 넘는다”고 말했다. 이어 “신탁사들이 전통시장 재개발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법 개정이 이뤄진다면 전통시장과 신탁사가 함께 윈윈하는 사업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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