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미힐피거의 성장은 타임과 시스템 등 다수 브랜드를 키워낸 한섬의 노하우를 활용해 브랜드 리빌딩 전략을 시도했던 것이 주요했다”

[팍스넷뉴스 이호정 기자] 현대백화점그룹의 패션계열사인 한섬은 최근 타미힐피거의 지난해 매출이 2017년 대비 11% 증가한 2200억원을 기록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이 같이 밝혔다. 한섬 입장에선 2017년 SK네트웍스 패션부문에서 인수한 브랜드 가운데 타미힐피거가 최초로 연매출 2000억원을 돌파한 것에 고무돼 이런 자료를 내게 됐던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타미힐피거 대리점주들은 해당 자료에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올해 말 대리점 계약이 만료되면 거리에 나앉을 처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이번 논란을 야기한 곳이 위장도급 의혹에 휩싸여 있는 한섬의 자회사 현대지앤에프라는 점이다.

현대지앤에프의 ‘갑질’ 논란은 2017년 한섬이 SK네트웍스로부터 패션부문을 인수한 직후 불거졌다. 한섬으로부터 타미힐피거 브랜드 운영권을 건네받은 현대지앤에프가 계약종료를 앞둔 대리점주들에게 직영점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계약해지를 통보받은 곳은 ▲신세계 첼시프리미엄아울렛 파주점과 기장점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파주점, 부여점, 김해점, 봉무점, 이천점 등 7곳이다.

이들 대리점주 입장에서는 평균 두 차례에 걸쳐 인테리어 시설공사를 하면서 부담한 금액이 5억원이나 달하다 보니 본사의 일방적 요구에 억울함을 호소하게 된 것이다.

A대리점주는 “그동안 투자한 공사비를 회수하지도 못한 채 재공사를 해야 했기에 아파트를 팔아 (인테리어) 비용을 충당했다”며 “현대지앤에프에서 인테리어 비용 자료를 제출하면 (정산을) 검토하겠다고 했으나 사실 확인 후 SK네트웍스에서 인수 전 일이라며 책임을 회피하며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만 요구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B대리점주 역시 “올해 말 계약종료를 앞둔 타미힐피거 매장은 추후 현대지앤에프가 재오픈해 직영으로 운영할 예정”이라며 “이는 힘없는 소상공인의 피를 빨아먹고 배만 불리는 전형적인 ‘갑’의 횡포”라고 말했다. 이어 “타미힐피거 구로점 등 일부 매장이 현대지앤에프의 압박에 못이겨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쫓겨나는 등의 문제가 있어 대리점주들이 힘을 모으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현행법상 1년여 전에 계약종료를 통보한 것은 현대지앤에프가 대리점주들을 배려해준 것으로 볼 수 있다. 대리점거래계약에 따르면 본사와 대리점의 계약관계 종료는 1개월 전까지 서면으로 통지만 해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현대지앤에프도 대리점주들이 소프트랜딩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줬지만 오히려 브랜드 이미지만 손상받아 본인들이 피해자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아울러 계약을 종료해도 법적 문제가 없지만 상생을 위해 총 3년(대리점 1년 연장 후 중간관리 계약 2년)간 계약을 유지하는 합의안도 제안한 상태인데 대리점주들이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양측이 이처럼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타미힐피거 매장의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는 만큼 현대지앤에프가 굳이 직영화를 고집할 필요가 있냐는 의견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대지앤에프 관계자는 “이번 대리점 계약종료는 직영점 운영을 통한 브랜드 고급화와 고객 서비스 향상을 위해 계약 종료일 1년 전부터 진행키로 충분히 설명했던 사안이며, 공정거래법 등 법적 하자도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해당 점주들은 5년에서 10년 이상 대리점을 운영해 충분한 수익을 얻었으며, 마지막 인테리어 투자 또한 약 4년 전에 이뤄져 통상적인 아울렛 매장의 감가상각 기간(4년)을 넘어서기 때문에 가치가 전혀 없으며, 투자금도 충분히 회수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