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와인 강매한 태광, 과징금 22억
2년여간 142억 처분…총수일가, 33억 사익편취 검찰고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황제 보석’ 논란으로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던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이번엔 총수일가 사익편취를 막기 위해 도입된 일감몰아주기 규제의 첫 제재자로 기록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총수일가 이익을 위해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준 혐의로 태광그룹 19개 계열사와 그룹 총수인 이호진 전 회장, 김기유 전 경영기획실장을 검찰에 고발키로 결정했다고 17일 밝혔다. 각 법인들에 총 21억8800만원의 과징금도 부과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태광산업, 티브로드, 흥국화재, 흥국생명 등의 계열사들은 2014년부터 2년여간 이 전 회장 일가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가족회사 티시스와 메르뱅으로부터 시세보다 약 3배 가량 비싼 가격에 김치와 와인을 구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태광그룹은 이렇게 사들인 김치와 와인을 임직원들에게 성과급이나 명절 선물로 지급했고, 공정위는 여기서 발생한 이익이 총수 일가에게 부당하게 흘러간 것으로 보고 있다.


티시스가 각 계열사에 판매한 김치단가는 1kg당 1만9000원으로, 현재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배추·알타리무 김치류의 가격은 이보다 3배 가량 낮은 1kg당 6100~7600원 수준이다. 티시스는 2014년부터 2년간 관계사들에 총 513톤, 95억5000만원 규모의 김치를 납품했다.


태광산업, 대한화섬 등 일부 계열사들은 이렇게 들어간 비용이 회사 손익에 반영되지 않게끔 사내 근로복지기금을 사용했으며, 복리후생비, 판촉비를 사용한 곳도 있었다. 또 계열사 운영 온라인 쇼핑몰을 구축하고 김치 구매에만 사용할 수 있게끔 전용 포인트를 지급하는 방법까지 동원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전 회장의 부인인 신유나 씨가 대표로 있는 메르뱅 역시 비슷한 시기 태광 계열사들에 46억원 규모의 와인을 팔아 치웠다. 계열사들은 그룹 경영기획실 지시라는 이유로 다른 사업자와의 가격 비교 작업 없이 메르뱅이 제시하는 가격조건을 그대로 받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김성삼 기업집단국장은 “태광은 임직원 수를 기초로 판촉수요까지 합해 각 계열사에 구매량을 할당하고, 각 계열사는 부서별로 재분배해왔다”면서 “태광 산하 계열사들이 2년 반 동안 김치와 와인 구매를 통해 총수일가에게 제공한 이익 규모는 최소 33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어 “티시스와 메르뱅 모두 총수일가가 지분 100%를 소유한 회사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 그리고 지배력 확대와 경영권 승계에 이용될 우려가 상당했다”면서 “실제 작년 4월 티시스가 인적분할해 설립한 티알엔(이호진 51.8%, 2세 39.4%)은 현재 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위치,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태광그룹 사례는 기업집단 내 모든 계열사들이 총수일가가 부당 이익을 편취하는데 동원됐다는 점에서 눈길을 모은다. 2013년 8월 사익편취 규제 도입된 이후 최초로 제재를 받게된 첫 사례라는 점도 주목할 만한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공정위로부터 의결서를 공식적으로 받지 못했기 때문에 현재는 향후 대응계획 등을 언급하기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며 “다만 이미 2012년부터 경영일선에서 떠나 있는 이호진 전 회장을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이 역시 공정위 의결서 수령 이후 검토, 대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황제보석’ 논란을 빚어 지난해 12월 재수감됐던 이호진 전 회장은 지난 2월 서울고법의 파기환송심에서 206억원의 배임·횡령 혐의 등으로 징역 3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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