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삼성은 향후 10년간 133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을 시스템 반도체 사업 육성에 투입하는 한편 1만5000명의 인력을 직접 채용해 일자리 창출에도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계획은 불확실한 미래시장에 대응하고자하는 이 부회장의 의지 표명인 동시에 현 정부의 정책방향에 발 맞춘 행보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 메모리 중심 '반쪽 반도체' 탈피…양대 세계 1위 목표

삼성전자가 10년 장기비전을 내놓은 것은 2010년 이건희 회장의 5대(태양전지·자동차용 전지·의료기기·바이오 및 제약) 신수종 사업 육성계획을 담은 '2020년 청사진' 발표 이후 9년 만이다. 당시 이 회장이 내세운 5대 신수종 사업은 새로운 도전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지만 좋은 성과를 내진 못했다.

반도체 비전 2030'은 이재용 부회장 체제 아래 진행되는 첫 장기 프로젝트다. 삼성전자는 9년만에 새롭게 제시된 성장동력을 통해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글로벌 1위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분야에선 수년간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전세계 반도체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선 한참 뒤쳐진 모습이다. 비메모리 시장에서의 삼성의 점유율은 4%에 그치고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세계적으로 D램 가격이 급락하면서 삼성전자의 1분기 이익이 전년대비 60% 이상 쪼그라든 것도 메모리 반도체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았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 3위의 D램 기업 마이크론도 글로벌 수요약화에 따라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에 대한 제품생산을 감산하겠다고 발표한 것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

◆ 국내 반도체 생태계 확장도 지원

시스템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삼성전자의 반도체 육성전략은 국내 관련 시장의 육성 및 체질 개선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국내 중소 반도체업체 지원을 통해 전반적인 시스템 반도체 산업 생태계 강화 그림도 그려나가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 분야는 다품종 소량생산이 특징인 만큼 국내 중소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업체)들은 지금까지 수준 높은 파운드리 서비스를 활용하는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반도체 위탁생산 물량 기준을 완화해 국내 중소 팹리스업체의 소량제품 생산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업체)들이 제품 경쟁력과 개발기간을 단축할 수 있게끔 삼성이 개발한 인터페이스, 아날로그, 시큐리티 IP를 지원할 방침"이라며 "이 외에도 계/불량 분석 툴(Tool) 및 소프트웨어 등도 지원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도 오는 25일 비메모리 반도체와 바이오 등을 아우르는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달 문 대통령이 "메모리 반도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취약한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경쟁력을 높여 메모리 반도체 편중현상을 완화하는 방안도 신속히 내놔주시기 바란다"고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조만간 문재인 대통령이 삼성전자 공장을 방문해 이 부회장과 만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