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경기가 좋진 않지만 지금이야말로 진짜 실력이 나올 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1월 청와대 회동中)

[딜사이트 류세나 기자] 반도체 하강 국면으로 삼성전자의 어닝쇼크가 현실화하면서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언급했던 '진짜 실력'과 그가 준비중인 반전카드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5일 삼성전자는 잠정실적 공시를 통해 1분기 연결기준 전년대비 각각 14.13%, 60.36%씩 빠진 52조 원의 매출과 6조2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회사 주력사업인 DS부문 내 디스플레이 패널가격 하락과 메모리 반도체의 하강 국면 진입 등 요인이 중첩되면서 이 같은 결과로 이어졌다. 이는 삼성전자가 셀프 예고했던대로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으로, 증권가에서는 이 회사의 2분기 상황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세계 반도체 업황 따라 실적도 오락가락…의존율 낮춰야

재계에서는 삼성전자 실적이 곤두박질치자 이 부회장의 강력한 오너십 발휘를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세계시장의 반도체 호황이 끝나마자마 회사 실적도 덩달아 쪼그라들면서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쏠림 약점도 여실히 드러나게 됐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가장 먼저 풀어 나가야할 선결과제도 삼성전자의 높은 반도체 의존율 완화가 꼽힌다.

사실 메모리 반도체 꺾임세는 이 부회장도 일찍이 인지하고 있던 부분이다. 지난 1월 문재인 대통령과 홍원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을 만난 자리에서 반도체 업황 악화를 언급하며, 메모리 반도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를 적극적으로 육성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전한 것 역시 이를 의식한 대목으로 읽힌다.

이번 실적 발표에서 각 부문별 구체적인 성과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 회사의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DS부문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를 훌쩍 뛰어 넘는다. 또 이 가운데 순수 반도체 사업을 통해 벌어 들인 매출도 DS부문의 69%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삼성전자의 반도체 쏠림현상은 심각한 수준이다.

영업이익 지표의 경우 DS부문 의존율이 더욱 높다. 삼성전자가 작년 한해 거둔 영업이익(58조8867억 원)의 79%가 DS부문에서 나왔고, 반도체 분야만 따로 떼놓고 봐도 전사 영업이익의 76%가 반도체를 통해 들어온 것으로 확인된다. 이는 곧 세계 반도체 시장이 휘청이면 국내 1위 기업 삼성전자도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 반도체 대체재 마련 시급…빠른 신사업 연착륙이 관건

관건은 비메모리 사업 확대와 '포스트 반도체' 역할을 할 수 있는 신성장 사업 육성에 달려 있다.

특히 작년 한해가 반도체 호황으로 행운을 등에 업고 낸 성과였다면, 반도체 호황이 한풀 꺾인 올해 성적은 오롯이 이 부회장의 경영 능력을 입증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이 포스트 반도체로 꼽은 카드는 △인공지능 △5G △바이오 △자동차 전장부품 등 4개 분야다. 작년과 올해 떠났던 해외출장에서도 줄곧 이들 분야 확장에 주력했다. 다만 신사업의 경우 당분간 수익보단 투자를 중심으로 확장이 이뤄질 예정인만큼 본격적인 사업화 연착륙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사업적 영역 외에도 이 부회장 개인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도 남아 있다.

국정농단 사태 연루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상고심 절차가 아직까지 마무리되지 않았다. 만약 이 부회장이 재구속될 경우 그룹 차원의 미래사업도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법조계 사이에서는 빠르면 이달 중 선고가 이뤄질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