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유범종 기자] CJ제일제당이 글로벌 식품기업들의 전장으로 불리는 미국에서 단단히 깃발을 꽂았다. K-푸드 열풍 효과를 톡톡히 누린데다 현지 냉동식품 가공업체인 슈완스(Schwan's Company) 인수가 신의 한 수가 됐다. CJ제일제당은 국내시장 부진 속에서 미국을 전초기지로 향후 해외 공략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CJ제일제당은 2022년 식품사업에서 연결기준 11조1042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2019년 매출 8조105억원이었음을 고려하면 불과 3년 만에 38.6% 성장했다. 이 기간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불확실한 경제여건이 지속된 가운데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
그 중심에는 미국사업의 성공이 있었다. 실제 이 회사의 미국사업만 놓고 보면 2019년 2조6756억원이었던 매출이 2022년에는 4조356억원으로 50.8%나 뛰었다. 작년에도 3분기 누적기준 3조2057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며 직전 해를 웃돌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CJ제일제당의 미국 진출은 2019년 슈완스 인수로 본격화됐다. 당시 CJ제일제당은 글로벌 식품기업들이 각축전을 벌이던 미국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현지 냉동식품기업인 슈완스를 인수하는 전략적인 의사결정을 단행했다. 인수에 들어간 투자금만 약 2조원(18억4000마달러)에 달했다.
슈완스는 미국 내 17개 생산공장과 10개의 물류센터를 보유하며 전국 단위의 제조 인프라와 영업 네트워크 역량을 갖춘 기업이었다. CJ제일제당은 이전에 캘리포니아와 뉴욕, 뉴저지, 오하이오 등 5곳에 생산기지를 가지고 있었는데 슈완스 인수를 기점으로 4배 이상인 22개의 생산거점을 확보할 수 있었다.
나아가 미국 전역을 아우르는 슈완스의 물류와 유통망을 통해 일부 대형 유통채널에만 공급했던 비비고 등 기존 CJ제일제당 제품들이 북미시장에 빠르게 확산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슈완스 인수로 세계 최대 가공식품시장인 미국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추진력을 갖추게 된 셈이다.
CJ제일제당은 이에 그치지 않고 추가 투자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5월에는 미국 캔자스주 살리나에 있는 슈완스 피자공장을 증설해 축구장 12개 크기인 9만m²의 세계 최대 규모 냉동피자 생산시설을 확보했다. 이 공장에서는 대표제품인 레드바론(Red Baron)과 토니스(Tony's) 등을 생산하고 있다. 레드바론은 작년 2분기 현지 시장점유율(19.9%) 1위를 달성한 데 이어 3분기 20.6%로 2위와의 격차를 더 벌린 상태다.
2025년까지 현지 물류센터를 완공해 냉동피자와 함께 비비고를 포함한 CJ제일제당 제품들의 시장 확대를 뒷받침할 계획이다. 현재 비비고 만두는 미국시장 내 점유율이 52.5%(작년 3분기 말 기준)로 과반을 넘어섰다. 물류센터까지 지어지면 시장 지위는 더욱 확고해질 전망이다.
시장 관계자는 "CJ제일제당은 슈완스 인수로 미주시장 공략을 효율화하며 해외사업 확장을 할 수 있는 중추적 기반을 마련했다"며 "사실상 슈완스가 CJ제일제당 식품사업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라고 평가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미국 내 확보한 제조시설과 유통망을 바탕으로 만두와 피자 등 1등 제품의 시장지위를 강화할 계획이다"며 "냉동밥 등 기존 제품을 이을 차세대 글로벌전략제품(GSP)도 집중 육성해 미국의 성공을 기반으로 유럽과 동남아시아 지역까지 적극적으로 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